2024년을 맞이하며
안녕? 오늘은 네가 옆에서 잠든 23년 12월 31일의 밤이야.
32살의 끝을 기념 삼아 부끄럽지만 너에게 몇 자 끄적여본다.
지금도 너와 처음 가까워졌던 그날을 잊지 못해.
참 신기한 운명이지? 많고 많던 자리 중에 하필 그 자리에 너와 내가 있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 찰나의 순간을 시작으로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사이를 유지하고 있을까?
많은 시간과 공간이 흘러가는 와중에도 네가 내 옆에 있어주는 게 나에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너는 짐작도 못할 거야.
사실 나는 너를 통해 많은 용기를 얻곤 해. 자기 검열에 시달려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으면 옆에서 별일 아니라는 말투로 너답다,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해 줄 때마다 나는 너의 말을 방패로 삼아 현실에 맞선다.
아마 네가 있지 않았더라면 난 현실에 갇힌 겁쟁이 이상주의자로, 용기 내지 못한 나 자신을 혐오하며 괴롭게 살았을 거야.
누구보다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여주는 네가 내 옆에 있음을 감사하며 산다. 순간순간 나조차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헷갈려 부닥친 현실에 시야가 흐려질 때 나에게 '박선'이라는 이정표를 보여주는 게 너란다. 덕분에 나는 인공눈물 한 방울 눈에 넣고 다시 앞을 향해 걸어가지.
참 신기해. 나는 다른 사람이 길을 잃었을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박선'의 이정표를 빌려주는 것 밖에 못하는데, 너는 넌데 어떻게 '박선'한테 '박선'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 언젠가 네가 나에게 했던 말이 있어. 너는 주변에 잘 스며드는 것 같다고.
난 그게 네가 그 사람이 그 사람다울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이어서 그렇다고 생각해. 얼마나 멋진 성격이니? 편견과 선입견으로 점철된 이 세상에서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너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게, 그리고 그런 네가 내 친구라는 게 참으로 기쁘다.
내가 앞으로 뭘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었잖아.
그렇지만 몇 가지 알고 있는 것들이 있어. 미지의 미래에도 너는 지금처럼 별 의미 없는 나의 농담에도 쾌활하게 웃어주고, 그 모습에 신나서 나는 또 다른 농담을 생각해내고 있겠지.
내년에도 우리 지금처럼 별일로 괴로워하고 별 일로 신나 하고 별 일로 우울해하고 별 일에도 행복해하면서 그렇게 살자. 그게 인생 아니겠니.
24년도 잘 부탁해! 새해 복 많이 받자.
2023.12.31 AM 01:26
쥐도 새도 모르게 잠든 네 옆에서 몰래, 선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