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병원 생활이 길어지는 통에 간병을 하느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지 않아
신랑을 잘 챙겨주지 못했다.
잠깐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신랑의 전화기 벨이 울린다.
전화가 오는데 보자마자 전화기를 툭 뒤집고는 받질 않는다. 스팸이겠지...
알면서도 장난스럽게 물었다.
“언년이여!!”
하도 이런 유의 장난을 많이 쳐서 신랑은 들은 척 만 척이다.
나의 부재에 딴짓하지 말라는
장난 섞인 경고이기도 하고,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을
함축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신랑도 내 맘을 알까?
아니, 모를 것이다.
엄마 병원으로 가기 전
집에서 단장을 마치고 겉옷을 챙겨 나가려는데,
신랑이 주섬주섬 본인도 나갈 준비를 한다.
보아하니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으니
바람도 쐴 겸, 담배도 필 겸 겸사겸사 하는 행동이겠지.
그 백해무익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상의 하의를 챙겨 입고 모자까지 쓰는 게 못마땅해 보여서, 약간 도전적인 말투로 쏘아붙였다.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돼?”
내 말투를 들은 신랑이 격양된 목소리로,
억울하다는 듯 당당하게 말을 쏟아낸다.
“나는 바람 좀 피면 안 되냐!”
1초간 서로 얼굴만 바라보았다.
그 짧은 순간 내뱉은 단어를 서로 인식하자마자
내 눈은 점점 커졌고, 당황한 신랑은 “바람 쐬러! 바람 쐬러!” 하며 얼른 정정을 했다.
나도 안다.
‘바람 쐬고 담배 피우러’를 줄여서 ‘바람피우러’로 단어를 조합해 버린 이 웃긴 상황을.
하지만 나에겐 어림없다.
잡았다 요놈!
“당연히 바람피우면 안 되지!!”
오래된 결혼생활에 서로 신선함이 필요할 때라지만,
이제 당신에게 신선함이 허락된 건
마트 신선 코너일 뿐이야!
아!유제품 코너까지는 허락해 주지!
하하하하.
내 말을 들은 신랑은 본인의 얼토당토않은 말실수를 생각하며 웃기 바빴다.
그래서 요 며칠 계속 신랑 얼굴을 보고 진지하게 말한다.
“바람피우면 안 돼!!”
이 말 한마디에 서로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난다.
일상사 별거 없다.
이렇게 별일 아닌 일에도 웃어버리면 되는 거다.
저 에피소드로 한 일주일은 서로 웃음꽃이 피겠지?
계속하면 웃는 얼굴이 짜증으로 바뀌려나.
적당히 일주일만 놀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