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가 방아쇠를 당겼다?

by 유쾌한 주부저씨

어느 순간부터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 마디마디가 불편하고,
특히 엄지손가락이 잘 굽혀지지 않았다.
힘을 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짧은 외마디의 단절음이 올라왔다.

악~!!


갱년기 증상인가?
갱년기 오면 온몸이 아프고 그렇다던데…

이제 시작인 건가?
나 혼자 진단하고 치료 방법 찾는 것보다

의사 진료가 확실하지! 암암!!


마침 엄마 간병하느라 병원에 있으니

굳어버린 내 엄지손가락 진료를 받기위해

시간 맞춰 1층 원무과로 갔다.
세상에…

9시도 안 됐는데 이미 진료 접수를 받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얼마 전

오전에 집에 잠깐 들렀다가

병원에 들어오는데,8시 전후인데도

이미 와서 진료 의자에 몸 기대고
원무과 오픈하기만 기다리던 사람들이 있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서…


이런 걸 오픈런이라고 하겠지?
맛집만 오픈런하는 게 아니라 병원도 오픈런이다.
역시 부지런한 한국 사람들!
새삼 놀라는 내가 더 새삼스럽다.


의사 선생님은 엑스레이를 보더니

방아쇠수지 같다고 하셨다.
생전 처음 들어본 병명이었다.
수지가 방아쇠를 당긴다고…
쉽게 생각하려면 이렇게 기억하는 수밖에.


@@방아쇠수지:손가락 힘줄에 염증이 생겨

손가락을 펴거나 굽힐 때 마찰음과 함께 튕기듯

움직이는 증상.의학적 명칭은 ‘협착성 건초염’.


의사에게 진료받은 결과는

약물치료와 집에서 찜질을 열심히 하고

손가락을 쉬어주라는데,
사실 왼손 엄지는 자주 쓰는 편도 아닌데

이 몹씁병이 왜 걸렸을까나?


그래도 평소의 나라면

버티다 버티다 병원 갔을 텐데,
이번엔 병원에 상주하다 보니
빠른 접수, 빠른 진료가 가능했다.
빨리 진료받은 나 자신 칭찬해~!!
약을 받아 들고 엄마 병실로 돌아왔다.
진료보고 약 타고 들어오는데

30분도 안 걸린 것 같다.


간병하느라 고생한다고들 하지만,
엄마 병실로 돌아가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걸

"호사스러운 감옥생활"이라 하지 않을까?


주부인 나에게

삼시세끼 제때 나오고

청소도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나는 엄마 진지 챙겨드리고

위생 상태만 체크하면 되고
그 이후로는 내 자유시간이다.
물론 갈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지만
솔직히 나에겐 큰 문제는 없다.


다인실이라 시간 되면
환자와 간병인들의 수다 소리도 좋고,
하루에 몇번씩 꼭 간식이 생겨

나눠 먹는 재미도 있다.


나쁘게 생각하면 한없이 불편한 것만 보이고,
좋게 생각하면 이 상황도 충분히 감사하다.
웃을 수 있다는 건 상태가 나아간다는 거고,
말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아픔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는것이니...

좋게, 좋게 생각하자!


약을 지어서인지 마음이 안정돼서
잠깐 쇼츠를 보는데 현대에서 만들었다는
아틀라스 로봇 영상이 보였다.


짜식…
고작 56개의 관절로

사람 같은 걸음걸이에 효율적인 움직임까지 갖추고 있다니.
내 관절은 하나둘씩 고장 나는데
너의 관절은 영생을 향해 가는 것 같더라?


그리고 너…
백텀블링 할 때 지갑 떨어지던데? ㅋㅋ


넌 방아쇠수지가 뭔지도 모르겠지.
그건 살짝 부럽다.


새로 산 스댕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는

로봇을 보니 부러움은 잠시였다.


나이 듦의 장점을 생각해 보니


내 몸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고,
언젠가 시간이 다하면

끝이 있다는 것도 알게 해주는 것을

어쩌면 이것 또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축복이 아닐는지...


그래서 인간의 시간은

슬프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니

엄지손가락의 아픔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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