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이었다.
집 근처 미용실에서 단정히 머리를
다듬고 나오니 11시 반쯤 되었다.
11시 반이면 식당 가서 혼밥을 해도
그렇게 민폐는 아닌 듯싶어서,
집 근처이니깐 편한 옷차림에
크록스신고 밥 먹으러 가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눈앞에 보이는
돈가스집에 들어갔다.
벌써부터 몇몇 직장인들은 자리를
차지하고 식사 중이었다.
안 그래도 대기줄이 좀 있는
돈가스집이라 망설이긴 했지만
시간도 좀 이른 편이라
안심하고 갔던 건데,,,
살짝 뒷걸음으로 나올려다가
내가 먼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나도 돈가스 먹고 싶고!!!!
그래서 반 당당함+살짝 미안함+조금비굴함
섞인 얼굴로 "혼자인데 괜찮나요" 물어보니
다행히 종업원께서 2인 식탁을
가리키며 안내를 해주셨다.
앉을 때,
밖이 보이는
유리면을 등에 지고 앉을까,
아님 정면을 보고 앉을까 하는
쓸데없는 고민에 빠질 때쯤
속마음에서
아니~~~!! 난 죄지은 점심을
먹으러 온 게 아니라고요!! 하는
이상한 반발심이 생겨서
당당히 정면을 보고 앉아서 메뉴를 시키고
기다리는데!!!!!
아차!! 싶었다!!
내가 앉자마자 식당 안은 손님으로 꽉 차고
그다음 손님부터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 분들이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때부터 머릿속에서 자리 바꾸어야 하나?...
아니 내가 왜?
이런 생각이 핑퐁핑퐁 탁구공처럼
저리 갔다 이리 갔다 했다.
드디어 내 메뉴가 나오고,
내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밖에서 기다리는 분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저 아줌마 왜 혼자 와서 이 시간에 먹을까?"
"그냥 집에서 밥 먹지 저 아줌마는
이리 붐비는 시간에 와서~~ 블라블라~"
"가정주부이신 거 같은데 점심시간 지나고 와서 먹지
센스가 부족한 거 같아"
다들 이런 생각으로 날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생각해보니 나도
직장인이었을 때 점심시간은 정해져 있고,
최대한 빨리 밥 먹고 커피 한잔 먹으면서
남은 시간 수다로 알찬 점심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던 직장인 이었다.
잘되는 식당 가서 줄 설 때 왠지 줄 서는 시간은
그냥 흘려보내는 아까운 시간 같고
안에서 드시는 분들은 빨리 좀 드셨으면 좋겠고~
나도 안다 저런 맘...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의 중요성!!
그래서인지
그리 먹고 싶었던
돈가스인데 잘 들어가질 않았다..
내가 이리 예민한 사람인가?
진짜 들어가질 않았다..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에이쒸~!!
그냥 등지고 벽 보고 먹을걸...
먼 자랑이라고 정면을 보고 앉아서리.
그렇다고,
이제 와서 슬렁슬렁 일어서서
자리위치 바뀌는 것도
웃기는 거 아닌가??
(그 당시 생각해 보니 혹시 나 머리 새로 해서
자랑하려고 정면 보고 앉았을까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도 든다... 인간인지라.
인간은 머 하나 자랑하고 싶으면 내보이는 게
본능 아닌가??)
결국엔 돈가스 세 점 먹고 나머지 남기고 나왔다.
신기하게도 들어가질 않았다
앉아있는 나도 이해되었고
저기 서서 기다리는 분들도 이해가 되었기에..
다시 시간 날 때 와서 먹으면 되지 하고...
내 머리를 토닥토닥 내 배를 위로하며
그렇게 계산하고 나왔다
집 근처라서 다시 가면 된다..
애착 크록스신고 ㅋㅋㅋ
냉장바지입곸ㅋㅋ
난 이제 백수라 그래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