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은 저녁약속이 있다고 나가버리고
아이들과 나만 저녁을 먹으면 된다.
온 식구가 있어야 요리할 맛이 나는
누구 한 명 빠지면 김이 빠져서
열정 가득한 요리사에서
만사 귀찮은 갱년기 아줌마로 변신해 버린다.
오히려 잘되었다!
생각하고 소파에 들입다 누워서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걸
배달시켜 먹자고 했다.
둘이 열심히 핸드폰을 보고
이것저것 읊으더니
마라탕에서 마라떡볶이로
결국은 마라로제라는 떡볶이를 시키게 되었다.
아이들이 잘 먹기에
호기심에 나도 마라탕도 먹어보고
로제이름이 들어간 음식도 먹어보았다.
어떤 식재료든
인기가 있으면 그에 맞는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선 먼저 내 입에 넣어보는 케이스라
지금까지 불호였던 음식은 없었던 거 같다.
음식이 배달되고 식탁에 앉기 전까지는
자동으로 입에 침이고였다가
식탁에 앉아서 펼쳐진 음식들을 보니
침은 들어가고 입이 자동으로
삐죽거리게 되었다.
아니... 이게 얼마짜리인데
세상에..
멀뚱하니 큰 용기하나, 단무지하나, 쿨피스하나
끝이었다.
아이들은 먹을 생각에 눈빛이 초롱초롱 하지만
난 비웃음을 시작으로
다른 배달음식과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족발 하나를 시켜도 소스만 몇 개이고
거기에 막국수, 계란찜, 상추, 샐러드
식탁 가득인데..
좀만 더 보태서 그냥 족발보쌈 시켜 먹겠네~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만약 불만을 토로했다면
대문자 T성향인 큰아이가 분명
잔소리를 할 거고 다음엔 나 빼고
아이들만 먹을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오~이게 마라로제 떡볶이라는 거야?"
라며 관심을 보이니
두 아이들이 뿌듯해하면서
"엄마 먹어봐~이거 맛있어"하면서 권하기 시작했다.
색깔은 영... 여하튼.. 로제가 그렇지... 하면서
어묵을 하나 건져서 먹는데
"오~맛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나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면서
본인들 입에 한가득 음식을 넣고 맞지! 맛있지! 하는
아이들 표정을 보니 훈훈해지는 이 식탁분위기.
좋구나.
생각 외로 괜찮아서
용기에 담긴 음식을 들추어보니
이것저것 재료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분모자, 중국당면, 유부, 소시지 기타 등등
애들 입장에선 골라먹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대파가 있어서 야채도 있네~ 하고선
입에 넣어보았다.
먼저 대파맛이 입안에서 터질 때쯤
또 다른 무언가가 터진듯하다.
이상한데 라는 생각이 들 때쯤..
이건 흡사..
샤워하면서 머리 감고 있을 때
방심한 틈을 타서 입안으로 들어오는
그 샴푸맛이다!!
어?
잠깐 이 맛은 어렸을 때 먹었던
은단맛인데.. 입안이 화~한데 맵네
그럼.. 은단에 청양고춧가루를
입혀서 먹은듯한 느낌?
모야 이 맛은!!!
얼굴을 찌푸리고 입에서 헉 소리가 나오니
아이들이
"어~엄마 그거 먹었나 보다" 하고선
쿨피스를 따라 주었다.
너희들은 알고 있었구나..
이런 배신감...
알고 있었으면 엄마에게
먹지 말라고 말을 했어야지!
쿨피스를 들이키며 "이게 모야"라고 하니
그제야 둘이서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아~이거 먹으면 안 되는데
이거 맛 이상해! 골라먹어야 해!"
그러면서 용기 안에서
팥알만 한 알맹이를 골라서 보여준다.
그리곤 눈에 보이는
그 알맹이들을 골라서
용기뚜껑에 모아두기 시작했다!
화자오!
그 넘의 이름이었다.
요리사님이 우리에게 감정이 있었을까?
폭탄투하 한 것처럼
아주아주 많이 뿌려져 있었다.
아가들아~~
그렇게 음식에서 퇴출시킬 위력을 지닌 거라면
엄마가 먹기 전에 골라내거나
엄마에게 보여주고
"이건 먹으면 안 돼!"라고
경고라고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약간 원망스러운 마음에 투덜대니
대문자 T인 큰아이가
대파 안에 그게 들어가 있을 줄은 몰랐지.
라는 말을 하니..
또 수긍이 된다.
그렇지. 그걸 예상할 순 없지.
최대한 알맹이 유무를 확인하면서
먹다 보니 용기 바닥이 살짝 보인다.
그 순간 현관비번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생각 외로 신랑이 일찍 들어왔다.
순간 뚜껑에 모아둔 그 넘이 보인다.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어묵 안에 이넘 두 알을 넣어서
"여보~이거 맛만 봐봐"하면서
신랑입에 폭탄투하를 했다.
못생겨진 신랑얼굴 성공이다.
의외로 미식가인 신랑
먹자마자 "머야~ 마라야???"
짧은 비명을 지르고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바로 답을 맞혀 버리니
더 이상 먹이는 건 실패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맛을 좋아하는구나.
맛도 트렌드라던데.
나 어릴 적엔 먹는 식재료가 한정적이었는데
요즘은 다양한 소스로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서
우리 입맛에 맞게 창조해 놓은 거 보면
대단하게 느껴진다.
다 먹고 정리를 하다가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착한 맛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착한 맛은 개뿔!
아주 불량한 맛이었다.
화자오 이노오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