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그리고 키친타월

by 유쾌한 주부저씨

요즘 각종 언론과 방송에서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 연일 tv이나

예능에 나와서 영화 홍보겸 이야기를 꺼내는데

항상 웃는 낯에 그 감독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도 같이 웃게 된다.


한 번도 실제로 뵌 분은 아니지만

매스컴에서 자주 나오고

늘 명랑하고 쾌활하게 보여

나 혼자만 내적친밀감이 있던 분인지라

괜찮게 생각하는 유명인중에

한 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영화 후일담이 쏟아지고

스포이기보다는 마지막 부분에

모두들 울음을 쏟아냈으며

천만을 벌써 넘겼고 심상치가 않다는 반응.


영화라면 sf나 액션 외국영화만 고집하던 신랑분이

이 소식을 들었는지 우리도 한번 봐야지 않겠냐며

큰아이와 쿵작을 맞추어 영화를 보러 가자고

보채었다.


집 근처 영화관에 표를 사놓고

다 같이 우르르 나가다

순간 많은 이들이 울었다는 말이

퍼뜩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하~


나 또한 평범한 사람인지라.

울게 뻔하지.

순간 주방에 보이는 키친타월이 눈에 띄었다.

내가 계획형은 아닌데..

울려면 눈물을 훔쳐야 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후다닥~

주방에 가서 키친타월 서너 장을 뜯어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어갔다.


그런 나의 모습을 큰아이가 보면서

한마디 했다.


"엄마 굳이?"

(본인은 울진 않을 것 같다면서

덤덤히 영화시청을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생각 외로 많은 관람객이 자리에 앉아있었고

우리들은 영화 시작 전 팝콘이랑 음료를

다 소진하고 난 후 영화관람을 시작했다.

먼 넘의 팝콘이며 음료가 이리 비싼지..

이것도 외식으로 포함될 수 있겠다 싶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이 서서히 올라오고

영화배우 눈에 눈물이 차오를 때

나도 같이 눈물이 차올랐다.

서둘러 주머니를 뒤져서

양손에 하얀 키친타월을 쥐고

눈에 가져다 댔다.


내가 영화 찍는 여배우도 아니고

한두 방울 또르르 이쁘게 나올 리 없다.

대신 신랑이 여배우처럼

한두 방울 또르르 흘렸다고 한다.


훗..


요즘 혼자 있을 땐 많이 우는 편이라서

눈물을 닦는데 좋은 건

어떤 건지 잘 알게 되었다.


휴지로 몇 번 닦았는데

눈밑에 덕지덕지 붙어서

울고 난 후 모양새가 매우 안 좋다는 걸...


키친타월을 쓰고 난 후 맘껏 울 수 있었고

흡수력이 좋은 키친타월은,

생선이 머금고 있는 물기처럼

야채가 머금고 있는 물기처럼

내 눈에 머금고 있는 물기를

한순간에 흡수해 버린다.


역시나 내 생각은 탁월했다.

내가 가져온 키친타월은

내 눈물이 나오는 족족 흡수를 했고

키친타월이 실력을 발휘할 때쯤


키친타월 빼면서 눈물 닦을 준비를 하는

나를 비웃던(?) 큰아이가 조용히 한쪽손을

내밀며 남은 키친타월이라도 주라는 듯

신호를 보냈다.


난 이미 내 눈물이 적셔진 키친타월을

줄 수밖에 없었다.. 여분이 없다.ㅋㅋ


어떤 분은 키친타월 서너 장으론 안될 듯이

소리를 최대한 죽여가며 우셨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났고 여기저기

코훌쩍거림에 눈물을 닦는 이들이 많이 있었다.


생각 외로 괜찮은 영화였고

평소보다 더 활짝 웃을 영화감독이 눈에 선했다.

ㅋㅋㅋ


요즘 영화촬영지가 유명해지고

덩달아 단종의 묘가 관광객이 많이 모이면서

찾는 이가 많다고 한다.


그 어린 나이에 생을 다한 어린 왕은

몇백 년 후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자신의 묘를 찾아올 거라 예상이나 했을까...


여담인데..

눈물 닦을 때 키친타월 다음으로

카페에서 주는 냅킨도 눈물흡수가 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