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끄적이던
일기장을 보았다.
지금 딱 이 계절인 듯싶다.
봄이 오고 있고
tv속 홈쇼핑에서 속옷 광고를 보고
큰맘 먹고 10개월 할부로 해서 속옷을 샀다.
홈쇼핑 세트제품은 꼭 한두 개가 이상하거나
색깔이 이상한 제품을 껴서 팔았다.
그중에 빨간색 조금 호피 조금 들어간
입기엔 살짝 부담스러운 세트가 있었는데
누굴 주기에도...
남편에게 입힐 수는 더더욱 없고..
돈 주고 샀으니 내가 입어야지.
어쩌겠어.
하하핫
맞벌이 때라서 아이들 등원시킬 준비에
내 단장까지 바쁘게 준비하고 있었다.
아이 앞에서 그 문제의 속옷을 입고
겉옷을 입으려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큰아이의 대문자 T성향은
그때부터 싹을 틔우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어린이집에 다니던
큰아이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엄마! 모야? 그거 입을 거야?
하며 놀란 듯이 물어보았다.
"응... 이쁘지?
하며 자랑스럽게 아이에게 물어보니
"머야 빨간색!!!
이러면서 그 어린 게 짜증 난다는 얼굴로
날 보았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큰애의 얼굴을 보니 나 또한
깊은 짜증이 나서
"왜?~~~~~~에?"
라며 대답하니
큰애가 입에다 수류탄을 물고
내 가슴팍으로 던지듯이 한마디 내뱉었다
"엄마 배와 안 어울려!!"
"엄마 배와 안 어울려!!"
"엄마 배와 안 어울려!!"
어린아이가 욕을 할 순 없고
최대한 순수하게 팩트를 날려준 것이다.
그래...
내 배가.. 나쁜 건 나도 아는데..
그 속옷한테 미안해해야 하는 것도 아는데..
대체..
그 속옷에 어울리는 배는 어떤 건지
그 어린애가 어찌 알까??
여하튼 엄마 배는 아니라는 거겠지..
젠장할!!!
어린애한테..
그런 돌직구를 들었다는 게
마음에 상처로 남은 걸..
볼펜 팍팍 눌러가며 쓴 자국이 있었다.
지금도 옷대충 입고 나갈라치면
"엄마 그렇게 입고 나가게?"
이 말이 그렇게 상처가 된다!
지 아빠랑 똑같아 가지고!!!!!
왜 내 몸뚱이에 내가 원하는 옷을
걸치지 못하냐 말이다.
화나게도!
큰아이가 출근할 옷 코디 해주면
그날 회사직원들에게 칭찬받긴 했다.
그래서 더 열받는다.
점점 세월이 갈수록
속옷이든 평상복이든 어울리지 않는
몸뚱이가 되어가는 나..
그래도 아직 포기는 이르다.
운동도 하고 식단 조절도 조금씩 하다 보면
언젠간 옷에 맞추어질 몸뚱이가 되질 않을까?
아니면...
관짝에 맞추어질 몸뚱이가 될까.
이래나 저래나 봄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