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헤어지듯 남의 차를 뒤돌아본 남자

by 유쾌한 주부저씨


이 차량들 중 두대는 우리 부부의 차량이다.

남은 한대차량은 피 한 방울

아니지. 워셔액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처음 뵙겠습니다~개념의 넘의 차이다.

이 세 차량의 차이점을 유심히 보면

눈썰미 좋은 사람에겐 바로 보이는 게 있다.


틀린 그림 찾기처럼..


정답을 바로 알려주면 재미가 없는데..ㅋㅋ


뒷면유리밑.. 고무패킹 유무가 차이점이다.

두대는 고무패킹이 덧대어져 있고

한대는 휑한 게 보인다.


크게 별나지도 않고 평범한 이사진에는

우리 신랑의 눈물이 들어가 있는

사연 있는 사진이 되어버렸다.


신랑은 차량관리에 진심이고 세차가 취미인지라

한번 세차를 가면 반나절 이상은 하고 온다는..

세차 환자다 환자!!


가끔 농담 섞인 말로

와이프인 나를 그리 관리해 줬음

대접이 극진 했을 텐데..라고

아쉬운 소리를 하면

내 몸뚱아리 대신 내차도 그리 세차를 해준다.

개꿀~ㅋㅋ


세차를 그리 해대니

아파트단지 주차장을보면

우리 차만 광이 번쩍번쩍..

아이들이 바로 아빠차라고 찾을 정도로.. 번쩍번쩍..


헌데..

신랑이 세차를 하다 보니

저부분이 물때가 끼어서 세차가 힘듦을 느꼈단다.


고무패킹만 한국엔 안 팔아서

중국 저~어~멀~리에서 주문!


한 3주 걸렸나??

잊고 있으니 택배가 왔다.


휴일에 나 머 좀 하고 올게

하고 나가더니...

1시간 넘게 지났을까?

에이씨!!! 이럼서 들어왔다.


화를 잘 안내는 신랑이

저런 말투를 썼다는 건

많이 억울하고 짜증 나고

눈물 날 것 같다는

뜻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우리 아파트 주차장이 좀 복잡해서

일렬 주차도 있고 사선주차도 있고...

여하튼 자투리 땅이 있으면

주차 자리를 만들어놨나 싶다.


처음 우리 집 방문하는 지인들도

주차장을 보면 첫마디가

"주차장 왜 이래?"였다.


그래서 우리 부부도 가끔

주차장에 주차를 어디다 해놨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기다리던 용품도 왔으니

신랑은 재기 발랄하게

본인차에 갔다고 한다.


자기는 단박에 자기차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네.ㅋㅋ)


세차해 놓은 광이 번쩍 나있는

자기차 뒤에 가서

열심히 고무패킹을 촘촘히

야무지게 끼어넣고 나서..

맘껏 흡족해하고,


좀 내려가서 사선 쪽에

주차해 놓은 내차를 찾아서

또 야무지게 촘촘히..

작업을 한 뒤

이제 세차 좀 편하게 하겠군..

생각을 하고


뒤를 돌아서 일렬 된 주차장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어??..


번쩍번쩍 광나는 내차랑

똑같은 차가 또 있네.


속으로

오우~이 집도 세차 좀 하네~~ 하며

감탄까지 했다고 한다.ㅋ


근데.. 왠지 저 낯선 차에서

내 섬세함이 느껴지는 세차느낌이...

점점 세함을 느끼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는데

정말 본인차가 맞았다.

번호를 보니

그래.... 틀림없는 본인차!!


아씨~~~~~

지금까지 넘의 차에 엄한 짓을..

그것도 주인허락도 안 받고.


공들여서 꼼꼼히 작업했는데

다시 떼어낼 수도 없고...


그렇게..

첫사랑과 헤어지는 남자학생처럼

제대로 발도 못 떼고

계속 차를 뒤돌아보며

집으로 들어왔다는..

슬픈 이야기..


신랑 울상을 보며

박장대소를 해댔다.


신랑의 헛짓거리도 웃겼지만,

그 차주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내차 블랙박스 후면카메라 돌려서 봤는데

왠 모르는 남자가 내차에서

룰루랄라 무언가를 하고 있는 장면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덕분에 나도 그 차 번호를 외우고

가끔 주차장에서 보는데..

차주분은 아직 그걸 모르신듯했다.


죄송스럽기도 하고

이왕이면 맘에 드셨음 하는데..


세차하실 때 찾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