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불효한(그리고 법도 쥐뿔 모르는 멍청한) 아들놈 앞
수신: 불효한(그리고 법도 쥐뿔 모르는 멍청한) 아들놈 앞
네 놈의 그 기가 막힌 편지, 아주 잘 받았다. 내가 참고 또 참았지만,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네놈의 그 오만방자함과, 역마살 낀 놈마냥 밖으로만 나도는 그 몹쓸 병의 뿌리를 아주 싹둑 잘라내기 위함이다.
네가 김정호라도 된 줄 아느냐?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펜 대신 지도를 들고 전국 팔도를 유랑하는 게 정상이더냐? 아버지 덕분에 팔도 유람 잘한다고? 그래, 네가 길바닥에 뿌리고 다니는 그 돈이 다 내 피 같은 등골이다. 그걸로 효도하는 셈 치라니, 내참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는구나.
1. 기타 화형식에 대하여
그래, 그 야마하 기타. 미안하다. 인정하마.
하지만 변명을 좀 하자면, 그날 날씨가 시베리아 벌판처럼 추웠다. 장작은 떨어졌고, 술기운은 오르는데 눈앞에 땔감(?)이 보이더구나. 솔직히 말해서 네가 기타를 칠 때보다 탈 때 화력이 더 좋았다. 특히 네 놈이 연주할 때는 삑사리만 나던 줄이, 불길 속에서 끊어질 때는 '팅~ 팅~' 하고 아주 청아한 비명을 지르더구나. 그 소리가 우리 고기 파티의 화룡점정(마치 요정집에서 기생이 옆에 앉아 가야금을 타는 그 그윽한 분위기)이었다. 네 기타는 죽어서야 비로소 명연주를 남겼으니, 너의 그 어설프고 하찮은 연주 인생보다 훨씬 값진 최후를 맞이한 것이니, 그걸 영광으로 알아라.
2. 청주댁? 나는 '성적표'로 응수한다
'청주댁 폭로 편지'를 이미 써뒀다고? 오냐, 해볼 테면 해봐라. 오냐, 제발 좀 보내라. 우표는 내가 사주랴?
네가 그 편지에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는 순간, 나는 네 엄마에게 ‘위조되지 않은 성적표 원본’을 너의 엄마에게 바로 공개를 할 것이다. 엄마는 아직 네가 수학 점수 뒤에 '0'을 하나 더 그려 넣은 걸 모르시지?
네 엄마가 20년 같이 산 남편 말을 믿겠냐, 아니면 걸핏하면 가출해서 밖으로 나도는 거짓말쟁이 아들 말을 믿겠냐? 네가 그 편지를 보내는 순간, 나는 너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과 '사문서위조 행사죄(성적표 위조)'로 아주 호되게 다스려 주마. 아빠는 잃을 게 없지만, 너는 그나마 남은 신용도까지 다 잃게 될 거다. 게임이 되겠냐?
네가 '청주댁'으로 우리 집안의 평화를 깨면, 나는 '성적표'로 네 인생의 평화를 박살 내주마. 니 놈이 가진 유일한 창의력이 고작 성적표 위조에나 쓰이는 게 통탄스러울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공포의 균형' 아니겠냐?
3. 멍청한 법대 선배에게 전해라.
재산 손괴죄? 징역 3년? 웃기고 자빠졌네.
네가 밥까지 사 먹이며 자문을 구했다는 그 법대 선배, 공부 좀 다시 하라고 전해라.
형법 제328조, '친족상도례(비열한 짓을 해도 가족끼린 봐준다)'도 안 배웠다더냐? 직계혈족 간의 재산 죄는 형이 면제된다. 즉, 아버지가 아들 물건 좀 태워 먹어도 법적으로는 '처벌 불가'란 소리다. 이 멍청한 놈아, 네가 나를 법정에 세우는 그림? 어림도 없다. 법정에서 '법알못'으로 망신당할 네가 걱정될 뿐이다. 그 선배한테 당장 가서 밥값 환불받아 와라. 하긴 세상은 다 끼리끼리 노는 법이지. 멍청한 놈들끼리. 하하하
또한, '증거재판주의'는 안 배웠더냐? 심증? 옆집 종식이의 진술?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법정에서는 '확실한 물적 증거'가 있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네가 가진 건 기껏해야 배고프고 너보다 더 멍청한 종식이의 헛소리뿐이지만, 나에겐 네가 위조한 [성적표 원본]이라는 명백한 물증이 있다.
4. 깁슨 기타?, 우쿨렐레나 받아라
깁슨 J-45 스탠더드 블랙? 가격을 검색해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네 기타 실력에 깁슨 기타가 가당키나 하냐?, 허구한 날 그 어설픈 ‘로망스’ 앞부분만 치면서 말이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지.
그건 네가 나중에 음대 합격증 들고 오면 고려해 보마. 대신, 네가 살아서 이 집에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퇴로를 열어주겠다.
[협상안: 가출 청소년 귀가 조건]
이행 내용
조건 1 (즉시 이행)
당장 집에 들어와서 엄마 걱정부터 덜어드려라. 네가 없으니 엄마 잔소리가 두 배로 늘었다.
조건 2 (금전적 책임)
너의 불효로 인하여 태워 버려진 야마하 기타 값 50만 원을 네 용돈으로 갚아라. 원래 내 돈으로 사준 것이니, 그건 나의 것이다. (네 용돈에서 월 5만 원씩 10개월에 걸쳐 갚아라. 이자는 없다. 아버지가 아직 인간으로 남아 있으니까. 깁슨은커녕 컵라면도 못 사 먹을 거다.)
조건 3 (학업 성취)
다음 시험에서 상철이보다 딱 한 문제만 더 맞춰라. (불가능해 보이긴 하지만 기적을 바란다.)
이상, 위 세 가지 조건을 군말 없이 이행하면, 깁슨 기타 대신 마트 장난감 코너에 있는 ‘우쿨렐레(15,000원 짜리)' 한 개 사주마. 줄도 4개라 너의 그 어설픈 실력에 딱 맞다.
"최고의 판결은 원만한 합의"라고 했지? 나도 동의한다.
그러니 더 이상 경상도니 제주도니 쏘다니지 말고, (올 때 통영 꿀빵과 생굴 3KG, 그리고 통영 충무 김밥 5줄만 사와라) 얼른 기어들어 와라. 참고로 네 방 보일러는 껐다. 연탄값 아까워서.
너의 열정으로 데워서 자라.
- 너보다 법을 잘 아는, 합리적인 아버지가 -
추신 :
네놈이 훔쳐 간 내 듀폰 라이터, 흠집 하나 없이 원상 복구해 놔라.
이성당에 들러 네 엄마가 좋아하는 모찌(찹쌀떡) 사 오는 것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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