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부모님 전상서): 그날 밤 10시, 군산집]

드디어 귀가를 하다.

by Oscar Jung

(등장인물)

아들: 양손 가득 쇼핑백과 스티로폼 아이스박스(생굴)를 들고 있음. 표정은 비장함.

아버지: 흰색 러닝셔츠 바람에 이쑤시개를 물고 등장.

엄마: (목소리만 출연)


(대문이 '끼익' 열리고, 아들과 아버지가 대치한다.)


아들: (비장하게) 다녀왔습니다. 주문하신 통영 꿀빵, 자연산 생굴, 그리고 충무 김밥 5인분, 이성당 찹쌀떡 대령이요.


아버지: (아들의 얼굴은 안 보고 물건부터 낚아채며) 수고했다. 내 듀폰 라이터는?


아들: (주머니에서 꺼내 정중히 건네며) 여기 있습니다. 가스는 다 썼습니다. 바닷바람이 차서 불 멍 좀 때리느라... 그나저나, 진짜 깁슨 기타는 안 사주시는 겁니까?


아버지: (라이터를 켜 불빛에 눈을 가늘게 뜨며) 그게… 네가 간절히 원하길래 주문은 했는데, 배송 중에 세관에서 문제가 좀 생겼다.


아들: …문제가요?


아버지: (여전히 라이터를 이리저리 살피며) 그래. 기타 사이즈가… 조금 줄었다.


아들: (놀라는 표정) 기타가… 사이즈가 줄어요?


아버지: (등 뒤에서 마트표 우쿠렐레를 꺼내 내밀며) 요즘은 '미니멀리즘’ 이 대세다. 쳐보니 소리는 짱짱하더구나. 색깔도 알록달록하니 네 정신세계하고 딱 맞지 않냐?


아들: (허공을 보며) ...하. 깁슨이 우쿠렐레가 되는 기적이라니. 역시 법보다는 주먹이 가깝군요.


엄마: (안방에서 우렁찬 고함) 문 앞에서 궁상떨지 말고 얼른 들어와! 김치찌개 식는다!


아버지: (아들의 어깨를 툭 치며, 작게 속삭임) 엄마한테 '성적표' 이야기는 아직 안 했다. 앞으로 네 처신을 잘 지켜보겠다. 학생이 학생답게 살아라. 그게 네가 살 길이다. (먼저 들어감)


아들: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 ...다음엔 진짜 여권 챙겨서 뜬다. 진짜로.

(터덜터덜 집 안으로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에서 '페이드 아웃 (Fa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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