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 36.5Mhz HBS 57분 마음 교통정보 2​

<조수석의 온도>

by Oscar Jung

언제나 당신의 가장 든든한 안전장치가 되고 싶은 ‘아빠의 짝사랑 보험’ 협찬, 57분 마음 교통정보입니다.

오늘 저녁, 서울의 도로는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었습니다. 특히 강변북로에서 일산 방향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누군가 하늘에 물감을 엎지른 듯 황홀한 노을이 펼쳐지고 있네요.

청취자 여러분의 조수석은 지금 비어 있나요, 아니면 누군가 타고 있나요? 제 차의 조수석은 꽤 오랫동안 저의 가방이나 생수병, 서류 뭉치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자리에 아주 특별한 손님이 앉아 있습니다. 바로 어느새 훌쩍 커버린 제 딸아이입니다.

학교 앞에서 픽업해 집으로 가는 길. 운전대를 잡은 제 손은 10시 10분 방향으로 바짝 긴장해 있는데, 옆자리의 딸아이는 참 여유롭습니다. 신발을 반쯤 꺾어 신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 스마트폰 화면 속으로 들어갈 기세네요.

창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가로수들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이 아이를 태우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가장이라는 이름의 운전석은 늘 그렇습니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를 알려주지만, 인생의 내비게이션은 “경로를 이탈했습니다”라는 말조차 해주지 않으니까요.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지날 때면, 혹시나 내 운전이 서툴러서 딸아이가 멀미를 하진 않을까, 남들보다 뒤처지게 달리는 건 아닐까... 핸들을 잡은 손에 땀이 찹니다.

그때였습니다. 침묵을 깨고 딸아이가 이어폰 한쪽을 빼며 툭, 말을 건넸습니다.


“아빠, 지금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뭐야? 선곡 힙(Hip)한데?”


별것 아닌 그 한마디가, 왜 그리도 쿵 하고 마음을 때리던지요. 마치 복잡한 교차로에서 헤매고 있을 때, 아주 친절한 경찰관이 “지금 잘 가고 있습니다”라며 수신호를 보내주는 기분이었습니다.

어쩌면 운전대는 제가 잡고 있지만, 이 차를 움직이는 진짜 엔진은 조수석에 앉은 저 아이의 온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딸아이는 알까요? 네가 무심코 앉아 있는 그 자리가, 아빠에겐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에어백이라는 걸요. 세상 어떤 충격이 와도, 네가 옆에 앉아 종알거리는 소리만 들리면 아빠는 다치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걸 말입니다.

차가 꽉 막혀 붉은 브레이크 등(燈)의 강이 펼쳐졌습니다. 평소라면 한숨이 나왔겠지만, 오늘은 괜찮습니다. 아니, 오히려 다행입니다. 이 녀석과 함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으니까요.


“아빠, 흰머리 좀 늘었네? 근데 뭐... 나름 중년미 있어. 염색 안 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짓궂은 농담에 피식 웃음이 터지는 저녁입니다. 길은 막혀도, 우리들 마음의 연비는 최고조를 찍고 있습니다.

이런 퇴근길에는 딸과 함께 들어도 어색하지 않을 명곡,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Isn't She Lovely’ 띄워드립니다. 가사처럼, 여러분의 옆자리에 있는 그 사람도 참 사랑스럽지 않나요?

오늘도 안전 운전하시고, 옆 사람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건네는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언제나 당신의 가장 든든한 안전장치가 되고 싶은 ‘아빠의 짝사랑 보험’ 협찬, 57분 마음 교통정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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