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 36.5Mhz HBS 57분 마음 교통정보 7

<새벽 2시 심야>

by Oscar Jung

FM 36.5Mhz HBS 57분 마음 교통정보 7 <새벽 2시 심야>


뒤척이는 밤, 억지로 양을 세다 지친 분들을 위한 ‘불면증 양떼 목장’ 협찬, 새벽 2시 심야 마음 교통정보입니다.

도시의 소음이 잠든 지금, 도로 상황은 아주 시원스럽습니다.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그리고 시내 중심가까지 차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이 뻥 뚫려 있습니다. 물리적인 도로는 그야말로 아우토반, 막힘이 없는데요.

하지만 청취자 여러분의 ‘생각의 도로’는 사정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도로는 비어 있는데, 여러분의 머릿속은 시속 200km로 과속하는 생각들로 위험천만한 상황입니다.

지금 이 시간, 가장 정체가 심한 구간은 ‘지나간 과거’에서 ‘오지 않은 미래’로 향하는 교차로입니다. “아까 낮에 그 말은 하지 말걸” 하는 후회의 차량과, “내일 그 일은 또 어떻게 처리하지?” 하는 불안의 트럭들이 뒤엉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차라리 길이 막히면 다행인데, 텅 빈 새벽 도로를 질주하듯 걷잡을 수 없이 뻗어나가는 망상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게 문제입니다.


이럴 땐 브레이크를 밟으셔야 합니다. 생각의 엑셀에서 발을 떼고, 마음을 갓길에 잠시 세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억지로 잠들려고 핸들을 꺾지 마세요. 급하게 차선을 바꾸려다간 오히려 잠이 더 달아날 뿐입니다.

창문을 살짝 열어 새벽 공기를 마시거나,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며 엔진의 열을 식히는 게 현명한 운전법입니다. 그러다 보면 과속하던 생각들도 속도를 줄이고, 어느새 목적지인 ‘꿈나라’ 톨게이트가 보일 것입니다.

이 고요한 새벽, 생각의 속도를 늦춰줄 음악으로 빌 에반스(Bill Evans)의 ‘Peace Piece’를 띄워드립니다. 반복되는 평온한 피아노 선율이 여러분의 복잡한 머릿속 차선을 차분하게 정리해 줄 겁니다.

오늘 밤은 부디 사고 없이, 걱정 없이, 깊은 잠의 종착역까지 안전 운전하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당신의 평온한 밤을 응원하는 ‘불면증 양떼 목장’ 협찬, 새벽 2시 심야 마음 교통정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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