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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 Jan 27. 2022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

남편 지방 발령으로 타지에서 2년을 살다가 원래 집으로 다시 이사를 왔다. 이사 시기와 맞물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둘째는 새로운 유치원에 적응하느라 내 몸은 세 개로 쪼개지는 거 같았다. 2월 말에 이사를 한 후 3월 한 달 동안 꼬박 몸이 아팠다. 몸살같이 찌뿌드드한 상태로 아이들을 케어하고 다시 돌아온 내 보금자리에 적응을 했다. 정신을 차리니 4월 중순. 그제야 주변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애정 했던 상점들도 어슬렁어슬렁 다녀보고 내가 가장 좋아했던 집 앞 도서관을 찾았다. 사서님도 그대로였고 작지만 없는 게 없는 동네 도서관 책 냄새를 맡으며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휩싸였다.


5월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하원한 아이들 손을 잡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입장 전 QR 코드를 찍는데 바로 옆 데스크 위에 '길 위의 인문학-엄마의 나를 찾는 글쓰기 수업'이라고 적힌 종이가 한눈에 들어왔다. 마트에서 내가 즐겨 사는 상품을 세일하거나 1+1 판매할 때 마치 눈이 번쩍 뜨여서 '어머 이건 무조건 사야 해!'하고 물건을 카트에 넣는 것처럼 나는 그 종이를 보자마자 '이 수업은 무조건 들어야 해!' 생각하며 종이를 휙 낚아채 가방에 쑤욱 집어넣었다.


회사 다닐 때 글쓰기 강의를 언젠가 한 번쯤 꼭 듣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글쓰기 취미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신문사에서 매년 개최하는 공모전에 당선된 어마 무시한 글들을 보며 나도 저런 멋진 글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부지불식간에 했던 것 같다.


글쓰기 수업이 열리는 장소는 집 앞 도서관으로 무엇보다 가까웠고 오전 시간이라 딱 좋았다. 5월 24일 아침 8시 55분. 들뜬 마음을 안고 노트북을 켜고 광클 준비를 했다. 제발 돼라 제발 돼라 되어야만 한다 꼭 되어야만 한다. 으악 결국 됐네! 그렇다. 그렇게 우리 엄마는 에세이스트 수업을 듣게 되었다. 예전에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것들을 실행할 때의 기쁨이란. 일주일에 한 번 세 달 동안 강의가 진행되었던 목요일마다 마음이 이스트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 두 시간 동안은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았다. 휘발되는 이야기들이 아닌 내 곁에 계속 숨 쉬고 있었던 훌륭한 책 영화들과 함께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말들을 적고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매시간 가슴이 벅찼다. 두 시간 수업을 듣고 나면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한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어(작가님은 십분 정도의 시간을 주고 고도의 집중력과 순발력으로 문장을 쓰게 하고 돌아가며 발표를 시켰다) 무조건 소파에 누워 있어야 했지만 매주 목요일 10시는 작년 여름 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원래부터 책을 틈나는 대로 읽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글도 꾸준히 써왔던 사람이 아니니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매번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느끼며 수업을 쫓아갔다. 코로나로 줌 수업도 병행했는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든 과정을 열심히 들었다. 3개월의 시간이 끝나갈 무렵 각자 완성한 에세이로 공동 문집을 만들고 출간 기념 전시회를 가졌을 때 우리 모두는 동지였다. 엄마, 여자 혹은 딸, 사회의 일원으로서 느꼈던 감정이 담긴 저마다의 에세이 글들을 읽으며 서로 울고 웃었다. 저마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 모두 비슷한 삶을 살고 있기에 서로가 공감하고 도닥여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사실 에세이 수업이 끝나고 강의를 해주셨던 작가님에게 또 강의 안 하시냐 물어보았을 만큼 글 쓰는 강의를 또 듣고 싶은 마음만 있었지 글을 이어서 계속 쓰려는 생각은 못했던 거 같다. 하지만 내게 일주일에 한 번씩 함께 써 보자고 먼저 제안해 준 다른 작가님들 덕에 지금까지 이렇게 글을 써내고 있다.(우리는 공동 문집 출간 이후 서로를 작가님이라고 부른다)


글이라는 것은, 활자로 무언가를 기록해서 남긴다는 것은 숭고한 누군가가 하는 것인 줄만 알았던 나였다. 말 그대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다. 단순한 사물을 보아도 그 사물을 통해 무언가를 깨치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는 사람들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에세이 수업이 끝나고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는 작가님들과 일주일에  번씩 브런치를 통해 글을 발행하고 있는 요즘 드는 생각은 단순하다. 누군가에게는 글쓰기가 구원이   있고 치유가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있어 글쓰기란 돌탑을 쌓듯 나만의 흔적을 조금씩 남기는 과정이다. 과거와 현재를 쓰고  앞에 펼쳐질 궁금한 미래는 상상해보면서 말이다.  나이만큼의 글을 남기고 싶다는  현재 목표이고  목표를 위해 애들을 재우고 나면 나만의 시간에 로그인한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선택이 옳았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작년에  에세이 수업을 들었던 일만큼은 내가 두고두고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할  같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있게 용기를  열일쓰 작가님들과 가르침을  에세이 수업 은수 작가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소중한 인연을 선물해준 2021 여름을 안고 새로운 2022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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