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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 Feb 24. 2022

팬데믹 가운데에서 아이가 변하고 있다

오미크론의 기세가 수그러질 줄을 모른다. 지역별로 몇천 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는 요즘, 내 기분은 마치 체육시간 피구 시합을 하는데 마지막까지 공을 절대 맞지 않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것과 같다. 미디어에서는 3월 초나 중순 이후 확산세가 둔화될 것이라 하지만 누구 하나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면역력 강화를 위한 정성스러운 끼니와 영양제가 최선이다.


학원 선생님이며 주변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으니 아무 데도 못 보내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 와중에 평소에 활동적인 아들이 점점 정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집을 조금 풀고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다시 할 일을 하고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그래도 바깥 활동을 조금이라도 해야 아이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싶어 첫째에게 물었다.


"준서야, 잠깐 자전거라도 타고 오지 않을래? 아님 엄마랑 요 앞에 등산이라도 갔다 올까?"

"아니 괜찮아 엄마. 코로나잖아. 집에 있을래."

"마스크 쓰고 잠깐 나갔다 오는 거니까 괜찮아. 잠깐이라도 자전거 타고 오자. 아님 찬우 불러서 같이 타고 올래?"

"아니 괜찮아, 나 친구 안 만나도 돼"



'친구 안 만나도 돼 친구 안 만나도 돼' 이 소리가 순간 가슴을 후벼 팠다. 남들 귀에는 별것 아닌 소리로 들릴지 몰라도 난 아들의 이 말이 최근 들었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되었다. 첫째는 이제 막 9살 3월에 2학년이 된다. 한창 친구들과 만나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코로나가 시작됐고 2년 넘게 반 강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준서가 7살 코로나가 막 시작됐을 때 아이는 마스크로 가려져 친한 친구의 얼굴을 정확히 볼 수 없다며 슬퍼했고 함께 자주 오랫동안 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억울해하기도 했다. 그러다 1학년이 되었고 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거리두기를 해야 했으며 마스크가 조금이라도 내려오면 혹시나 내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학교를 다녔다. 그런 생활이 불편했을 텐데도 아이는 학교 가는 것을 몹시 즐거워하며 지난 1년 동안 방실방실 웃으며 행복해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얼마나 감사해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점점 길어지는 이 상황이 아이들도 답답했는지 둘째는 마스크 이제 정말 벗고 싶어 엄마 코로나 언제 끝나냐며 울적해했고 첫째는 이미 무뎌져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점점 원하지 않는 눈치다. 두 아이 모두 쉴 때는 패드를 켜고 유튜브를 보는 것에 익숙해져 간다. 이 상황들이 어쩔 수 없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따금씩 한 줌의 안타까움을 느낄 때마다 꽉 붙들고 있던 단단한 마음에 금이 간다. 쇄골 반 뼘 아래 옴폭 파인 가슴이 답답해 오며 눈이 뜨거워지는데 그 이유는 오로지 한 가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정말 어쩔 도리가 없을 때의 답답함 때문이다.


아이들은 오직 부모의 사랑만으로는   없다. 친구들, 선생님, 이웃들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사회성을 배우고 자존감을 키운다. 그런데 아이들이 팬데믹으로 인해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단절되니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마치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같다. 친구들과 바깥 아지트도 만들며 뛰어놀아야  나이에 아이는 이미  안에 아지트를 만들어놓고 혼자 있어야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고 좋다는 표현을 종종  때면 불안감이 마음속에 곰팡이처럼 퍼져 나간다. 아이가 저렇게 말하는 것이 놀랍지 않은 시국인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공감하지 못한  과거 활발히 뛰놀던 아이의 모습을 그리워한다. 아니 우리의 모습을 그리워한다.


친구들과 고무줄놀이하고 땅따먹기 숨바꼭질을 하며 저녁 7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 저녁을 먹고 잠을 자던 그 시절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 시절에는 내 부모가 아니더라도 따뜻한 온기가 주위에 넘쳐흘렀지만 지금 내 아이 주위에는 발열체크 온도계 소리와 큐알코드 인증 소리만 가득하다. 어쩔 수 없는 이 시기를 조금이나마 편하고 현명하게 보내기 위해 애쓰는 요즘, 확산세가 둔화되어 아이가 동네 친구들과 만나 맘 편히 놀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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