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돌봄에 대하여
지난주 느린학습자 강의를 들었는데 주제가 ‘스스로를 돕다’ 였다. 강의를 들으면서 데보라 레버의 ‘열가지’에 나오는 자기 돌봄에 관한 내용이 생각났다. 먼저 데보라 레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 돌봄이라는 개념은 종종 오해받거나, 방종한 것처럼 보이거나, 특정 사람들만 시간을 내거나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느린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자기 돌봄은 방종한 것이 아니며, 1000% 필수입니다. 저는 자기 돌봄을 의식적인 유지(conscious maintenance)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기 돌봄은 부모로서 자신과 자녀, 가족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에너지와 자신감, 명확성을 가진 부모가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자기 돌봄, 셀프케어라는 용어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셀프는 우리를 의미하고 케어는 돌본다는 뜻입니다. 우리 자신을 돌보지 않는데 어떻게 자녀가 필요로 하는 부모 또는 보호자가 될 수 있으며, 두뇌회로가 다른 자녀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을까요?
지난 몇 년간의 코로나 기간에,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일반적인 고갈감, 즉 우리의 감정 저장고가 비어 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느린 아이를 둔 부모들은 각별한 요구와 스트레스로 인해 이미 기본적으로 낮은 예비력을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따라서 정서적 삶, 정신 상태, 육체적 자아, 영적 자아 등 우리 자신을 돌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 특히 자녀를 위해 베풀고 봉사하는 일만 하다 보면 지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쳐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볼 자격이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도 자신이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부모를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 우리는 자녀들이 부모가 자신의 웰빙을 스스로 챙기는 모습을 보고, 인간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스스로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하며 자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기 돌봄은 의도적이며 나 자신만을 위한 것입니다. 자기 돌봄은 정신적, 정서적, 육체적, 영적 웰빙을 위해서 일부러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게 다입니다. 어떤 자기 돌봄 행동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지 스스로 결정하세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할지, 언제 어디서 할지는 여러분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2분이라도 매일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어 자신을 의식적으로 돌보는 작은 행동을 하면 좋겠습니다. 나의 존재 전체가 소중하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작은 행동.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아이와 함께 떠나는 다음 여정이 어디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하세요. 포스트잇이나 종이에 의도적이고 나를 위한, 그리고 나의 행복을 위해 오늘 하기로 약속한 한 가지를 적어보세요. 좋아요. 지금 시작하세요!
자기 돌봄이 부모에게 필수적이라는 것은 요즘 내가 접하는 여러 매체에도 나오고 또 몸소 체험하고 있다. 내가 자기 돌봄을 위해 하는 행위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 새벽기상이다. 매월 1일부터 14일까지는 새벽 5시에 삼삼아씨라는 커뮤니티에서 진행하는 챌린지에 참가한다. 2022년도에 mkyu에서 진행한 김미경 강사의 강의내용을 데일리 리더로 지원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버무려 들려준다. 데일리 리더의 강의를 듣다 보면 누구도 만만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인생의 고비가 있고 애환이 있으며 주어진 환경에서 오늘을 최대한으로 살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다양한 인생 궤적을 거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데 요즘은 부쩍 새벽에 일어나기가 힘든 날이 많다. 지난달에는 급기야 내 발표날 알람도 못 듣고 자고 말았다. 이런 일을 잘 일어나지 않는데. 요즘 몸이 고단하긴 한 것 같다. 아이들이 일찍 자면 좋으련만 평일에는 보통 밤 열 시가 되어야 잠자리에 들고 주말에는 11시가 다 되어 잠이 드니 새벽 기상이 힘든 날도 있다. 그래도 올해 5월경부터 매달 꾸준히 데일리리더로 참여하니 내 말솜씨가 조금은 향상된 것 같다.
둘째, 요즘 들어 부쩍 걷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오늘 아침에는 민이를 등원시키고 바로 집 근처 도서관으로 왔다. 이 도서관 옆에는 2차선 도로가 있고 커다란 가로수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나는 나무와 초록빛이 많은 공간에 오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진다. 도로 건너편에는 짧은 산책길이 있는데 평소에 어르신들이 여기서 운동을 많이 하시길래 눈여겨보았던 곳이다. 오늘은 마음을 먹고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길을 건너 산책길을 걸어보았다. 바닥이 어린이 놀이터처럼 탄성포장재로 되어 있어 걸을 때 푹신푹신한 느낌이 드는데 놀이터보다는 탄성력이 적어 걷기에 딱 적당하다. 이 길에서 왔다갔다 빠르게 걷기를 했다. 바람은 기분 좋아질 정도로 약간 차고, 나뭇잎 풀잎들이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린다. 하늘을 쳐다보니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비집고 들어온다.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쉰다. 이렇게 하면서 나의 몸 움직임에 정신을 집중하면 운동명상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십여 분 동안 빠르게 걷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셋째, 나의 자기돌봄행위중 하나는 글쓰기이다. 새벽 시간에 글쓰는 시간을 30분이상 가지고 싶은데 아침밥을 6시반에 차려야 하니 새벽에 일찍 일어나도 이것저것 하다보면 글을 쓰는 시간이 충분치는 않다. 추석 전에 글을 보내야 할 곳이 있어 고민하다가 근무가 없는 날은 민이를 등원시키고 곧장 도서관으로 왔다. 도서관미디어실에 앉아 노트북을 켜놓고 글도 쓰고 이런저런 사색도 한다. 전자책과 종이책도 읽는다.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이 요즘 들어 부쩍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좀 더 나이가 들면 글을 본격적으로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나의 자기 돌봄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하루에 몇분이라도 실천해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