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줌마

by 윤성

어떤 아줌마가 길에서 웃어

폰을 귀랑 어깨 사이에 끼고

어쩌고저쩌고

누구랑 재미난 통화를 하나봐


주변이 쩌렁쩌렁하도록

깔깔 웃으며

누가 보든말든 관심도 없네

세상 행복하네


내 마음에 햇살이 가득한 순간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아줌마가 된다

볼록 나온 뱃살은

말-랑 푸근하고

빠글빠글 볶은 머리는

동글한 인상과 찰떡처럼 어우러져

깔깔 호호호호 웃음소리도

자꾸 듣고 싶다

누구랑 그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가까이 가서 듣고

나도 함께 웃고 싶다

나름 멋을 부린 튤립 모양 치마가

봄 바람에 살랑살-랑

보는 나까지 봄을 걷게 만든다

러블리 그 자체


하지만 내 마음에

습한 바람과 함께 먹구름이 끼는 순간

그녀는

세상 꼴보기 싫은 진상에 지나지 않아

자기 관리라고는 하지도 않고

뱃살도 팔뚝살도 종아리살도 울퉁불퉁 축축 처졌지

저런 뽀글거리는 파마는

언제적 스타일인지

다리를 더 짧아보이게 만드는 저런 치마는

어디서 산 건지

촌스럽고 답답하기만 해

주변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눈을 흘기는데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걸까

계속 코를 킁킁 훌쩍대며

누구랑 저렇게 통화를 하는 걸까

듣기 싫어 죽겠어


같은 아줌마가

내 마음의 날씨에 따라

러블리가 되었다가 진상이 되었다가 한다


어디 아줌마 뿐일까


어떤 날은 길을 걷다가

별 의미 없이 쳐다보는 아저씨가

어떤 날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천진난만하게 웃는

학생들이

어떤 날은 키보드를 두들기는 사무실 동료도

어떤 날은 그냥 숨을 쉬는

마을버스 옆 자리의 사람까지


내 마음의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맑았다가 흐렸다가

반복되기에


흐릴 때는 다 거슬리고

맑을 때는 다 사랑스러워


오늘은

조금 흐렸던 모양이네

나 빼고 세상 모두가 웃는 것 같아,

스쳐 지나는 이들의 숨소리마저

그냥 넘기기 힘든 날이었지

사사건건 걸고 넘어져

손에 똥이 덕지덕지 묻어버렸지


부디 내일은 오늘보다 맑으면 좋겠어

모두가 내 눈에

사랑스러우면 좋겠어


아줌마는

늘 그대로 있네

사랑스럽게 혹은 진상처럼 늘 거기에서 통화 중이지

내 눈에 그녀가 사랑스러우려면

내 마음의 날씨가 맑아야 할 일이지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만끽할 줄 알아야 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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