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하는 할머니

by 윤성

출근길

조급한 마음으로 악셀을 밟는데

저 앞에서 무단횡단하는

할머니가 보인다


짐이 꽉찬 배낭을 메고

굽은 허리로 길을 건넌다

얇은 머리카락이

곱게 빗어둔 게 무색하게 바람에

이리저리 날린다

빨리 걷고 싶지만 늙은 걸음이

마음을 끌어당기나보다

발이 무거워

자꾸 고개가 앞서 나간다

열심히 한 걸음씩 디딜 때마다 몸이

이리저리 기우뚱거린다


점점 다가가자

더는 다가오지 말라는 듯 손을 들어 흔든다

세게 흔들며 나를

노려본다

나는 속도를 줄이며

신호를 다시 확인한다

분명 차가 가고 사람이 멈춰야 할 신호가 맞다

이보세요 할머니 조심 좀 하세요

신호를 지키셔야죠 어쩌고저쩌고가 모두 담긴

빠앙- 빵빵! 크락션을 울리는 순간

할머니와

눈이 마주친다


원망 가득한 눈빛

자글자글 서러운 주름들이

마음을 쿡쿡 찌른다

하루가 시작하는 시간인데

할머니의 벌써 고된 표정은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나 너무 못된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불쌍한 할머니가 길을 건너는데

기다려주진 못할망정

빠앙- 크락션을


나는 왜 이럴까

나의 인성은 왜

이 정도밖에 못 되는 걸까


....... 라고

자책하며 시작하는 하루

무단횡단하는 할머니가 못마땅한 게

내 인격의 문제로 이어지던

순간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스스로 자책했던 대부분의 순간들이

이런 건 아니었을까

분명하게 상대에게 있는 잘못을

괜한 연민으로

자책하며 살아온 게 아닐까


무단횡단하는 사람과

그 사람을 향해 빠앙- 빵빵!

크락션을 울리는 사람

누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걸까

나이가 많다고

혹은 어리다고

여자라고 혹은 남자라고

기준이 바뀌는 건 아닌데......


지금껏

내 삶에 멋대로 무단횡단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들의 분명한 잘못을 탓하던 나를

왜 나는 내 인격의 문제로 반성하며 살았을까


더는 그러고 싶지 않아

삶은 사실 굉장히

단순하다

신호를 지키지 않고 길을 건너는 건

잘못된 행동

그를 향해 크락션을 빠앙- 빵빵! 울리는 건

잘못되지 않은 행동


그러니

더는 주눅들지 말아야지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는 없이

정해진 규칙조차 지키지 않고 종횡무진 사는

못된 인간들 때문에

더는 괴로워하지 말아야지


당당하고

행복해야지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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