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by 윤성

세상에는

원래 불친절이 훨씬 많은데


가끔 마주하는 친절이

그 사실을

잊게 한다


그래서 잊고 지내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불현듯 불친절을 만나면


마치 처음인 것처럼 상처받는다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불안이 증폭한다


불친절에 걸리고 싶지 않아서

조심조심

잔뜩 경계를 세우고 하루하루 걸음을 내딛는다


그러다보면 또 친절이 나타난다

모든 불친절의 기억을 삭제하고

헤벌레- 날 바보처럼 미소짓게 한다

세상에 원래 이렇게

친절이 많았나

마음이 녹아버린다 경계가

무너지고 만다


그 순간 또 치고 들어오는 불친절들

어김없이

또 처음인 것처럼 상처를 받고

다시 경계를 치는

일상의 반복


오늘도

누군가의 불친절에 예상치 못하게 상처 받고

경계를 바짝 세웠다

참다가 참다가 수화기에 대고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 안 되죠, 한 마디를 해버렸다


돌이켜보면 내가 받은 불친절에 비해

미미하다고 느껴지는

그 한 마디

고작 그 한 마디

적어도 내겐 고작이었던 게 확실하다


씨익씨익-대다가 전화를 끊으니

한참동안 잊고 지냈던 예민한 숨소리가

폐 깊은 곳에서부터

치고 올라왔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내게 불친절이었던 그에게 나는 과연

어느 쪽이었을까?

나는 그의 경계를 세웠을까,

그 마음을 녹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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