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 줄 알았던 그때가
실은
봄
이었다
정해진 겨울의 운명을 기다리는 거밖에
할 수 없을 거라 믿었던
그 때가
실은
봄이었다
긴 세월이 흐르고 이제야
진짜 가을이 왔구나 느낀다
겨울을 코 앞에 둔
시절
뜨거웠던 여름 땀으로 지은 집에서
나는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에겐 초라하게 보일지라도
나의 대부분이 스민
아늑하고 귀한 나의 집에서
깊은 들숨과 함께
전에는 느끼지 못한 진짜 가을 내음이
코를 스치고
금세 폐까지 가득 채운다
가을이구나 이제야
진짜
가을이 왔구나
가을인 줄 알았던 그때가
실은
봄이었다
해맑은 희망이
제각각 산뜻한 숨을 들이쉬고 내쉬던 봄
무한한 가능성들로
공기마저
온통
다채롭게 빛이 나던
봄
봄인줄 모르고 지나버린 봄이
아쉬운 밤
불안을 희망으로
가능성으로 바꾸어 부르지 못했던
그 시절의 나를 만나
작은 어깨를 밤새 토닥이고 싶은
그런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