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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향기 Sep 12. 2023

식단조절은 어려워!

더 나은 나를 위한 흔적


지난 7월부터 피티를 받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헬스 기구를 들며 낑낑대며 나름 노력했지만 몸무게가 오히려 늘었다.


살이 찐 이유는 뭐 따로 없다. 그만큼 먹었기 때문이다. 야구장에 가서 치맥을 원 없이 흡입했고 가족과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지에서 뷔페 성찬을 즐겼다. 8월 말 고향에 내려가서 친정 엄마 음식 찬스를 놓치지 않고 실컷 먹었다. 여름 내내 1일 1캔 맥주를 마시는 걸 취미로 삼았다. 몸무게가 위험 수위를 넘기고 만 건 당연한 결과였다.



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계속 방심하며 먹다가는 투자 대비 본전도 못 찾을 판이었다. 여름이 저물 무렵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PT 강사님께 몸무게가 안 줄어든다고 하소연했더니 원한다면 식단 조절 코칭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잠자기 전과 일어나는 대로 몸무게를 재서 인증사진을 보내고 그날 먹은 음식 사진을 보내면 코칭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다른 회원과의 활동사진을 보여주셨는데 그 회원은 한 달 새 3kg밖에 안 빠졌다고 하셨다. "3kg가 적은 거예요?"라며 놀라서 물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5kg, 10kg도 가능하다고 했다. 귀가 팔랑였다. 왜 이런 게 있다고 이제야 알려주냐고!



남편에게 함께 해보자고 했지만 완강히 거절했다. PT 강사님은 회원들을 보면 헬스를 하는 목적이 주로 남자는 힘이 세지는 것이고 여자는 체중을 줄이는 데 있다고 한다. 남편은 전자에 속했고 나는 후자를 원했기에 혼자 하기로 했다. 강사님이 원하는 체중을 물으셨다. 5kg만 빠져도 행복하겠다고 했더니 키에서 110을 빼면 적당한 체중이라고 하셨다. 키에서 110을 빼보니 그 몸무게는 중학교 시절 이후 볼 수 없던 수치였다. 지금보다 12kg는 빼야 하는데... 말이 됨?



호기롭게 식단 조절 대장정에 올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아이들 위주로 식사를 차리다 보니 양념을 넣은 고기 메뉴를 빼기 힘들고, 가족과 둘러앉아 먹다 보니 정해진 양보다 더 먹게 되고, 마지막까지 남아서 먹는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음식 인증사진을 보내니 강사님은 양을 줄이라고 하셨다. 어느 날은 단단히 마음을 먹고 과일만 먹고 인증사진을 보냈더니 과일류는 당도나 높아서 아침을 빼곤 피하라고 하셨다.



가장 문제는 점심이었다. 남자 고등학생에게 맞춘 급식 식단이다 보니 반찬으로 닭다리와 토스트 같은 고열량 메뉴가 나온다. 그것만 먹어도 식사가 될 정도이다. 해물짬뽕, 어묵우동 같은 다이어트의 적인 면류 음식도 자주 등장한다. 국물류는 피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우리 학교 급식은 국물 맛이 끝내줘서 포기하기가 너무 아쉽다. 나름 많이 양보해서 양을 줄인 급식 식판 인증사진을 보냈는데도 강사님은 살이 찌기 위한 음식량과 종류 같다는 직언을 해주셨다.



잔소리로 들리는 강사님의 조언 속에 식단 조절을 이어가던 첫 주말에 고비가 왔다. 지인 부부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았다.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해 갔더니 초대해 주신 언니께서 정성껏 음식을 내오셨다. 육회, 한치, 수육, 꽃게장, 야채 전까지. 그동안 참았던 식욕이 터졌다. 치팅데이로 합리화하며 맥주와 함께 맛난 음식을 즐겼다. 다섯 시간 동안 먹고 마셨더니 결과는 뭐... 뻔하였다. 그동안 빠진 몸무게가 도로 돌아오고 보너스 무게까지 더해졌다.


식단 조절을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났다. 첫 고비 이후 덜먹으려고 노력했지만 첫 시작일 몸무게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가족과 함께 같은 메뉴를 먹으며 양만 조절하려고 했던 게 실패 원인인 것 같다. 또한, 음식 사진을 올릴 때마다 강사님의 조언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아이 키우면서 이 정도 메뉴를 구성한 것도 용한 건데! 급식이 이렇게 나오는 걸 어쩌라고! 하루 8시간 이상 자야 한다고? 당신도 아이 키워봐. 그게 쉽지 않다고!'라고 속으로 대꾸하며 받아들이지 못했다.



열흘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강사님의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고 당분간은 아이들 식사와 따로 나만의 밥상을 차리기로 했다. 어제는 나만의 샐러드를 만들어 봤다. 어린 새싹과 상추에 구운 닭가슴살과 두부를 얹고, 아삭 고추를 썰어 넣고, 매실청에 된장과 참기름과 깨를 섞은 소스를 더하니 한식 맛이 나서 식탐이 충족되었다.



새로운 도전에는 저항하고 싶은 마음과 망설임도 함께 한다. 한계를 넘어서기보다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머물고 싶다. 식단 조절도 비슷하다. 기존 식단의 틀을 내던지는 게 쉽지 않다. 번거롭게 느껴지고 손이 많이 가니까. 쉬운 방법과 타협하며 주저하게 된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겠다고 마음먹으니 재미가 느껴진다. 다양한 식재료로 다이어트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오늘 저녁은 어떤 재료로 만들어 까? 기대되네!



<열흘간 배운 식단조절 요령>


1. 달고 짜게 먹는 건 피한다.


2. 양을 조절하다.


3. 고기와 면을 함께 먹지 않는다


4. 근수축과 이완에 도움이 되는 녹황색 채소를 먹는다.


5. 구운 마늘이나 맵지 않은 고추를 곁들인다.


6. 과일류는 당도가 높아서 저녁에는 피한다.


7. 하루 8시간 이상 잠을 잔다.


8. 다이어트에 왕도는 없다. 적게 먹고 힘들게 운동한다.


나를 위한 샐러드 by 하루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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