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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향기 Oct 28. 2023

근육짱 아줌마로 가는 길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다. 무리해서 체중을 빨리 줄일 생각은 없긴 했지만 감량 속도는 더디었다. 한 달에 1kg씩 차근차근 3kg을 감량했다. 독서모임을 함께 하는 분들과 다이어트 챌린지를 시작하는지는 딱 한 달째인데 1kg을 줄인 셈이다. 데드라인인 12월까지 3kg을 더 감량해야 한다. 달성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지만 사실 1kg 줄이기도 쉽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나이가 드니 정신 줄 놓는 순간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건 빛의 속도이고 체중을 줄이는 건 기나긴 고통이 따른다.


체중을 많이 줄이진 못했지만 나름의 성과는 있다. 헬스에 호감이 생겼다. 처음에 PT를 받았을 때 대체 헬스는 왜 하나 싶었다. 아침에 PT를 마치고 출근을 하는데 정신이 탈탈 털린 기분이었다. 눈이 안 떠지고 온몸이 쑤셨다.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하는 건데 오히려 몸이 땅끝까지 꺼졌다. 기구를 들 때도 절로 "못 버티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출산하는 심정이에요." 엄살 어린 문장이 쏟아져 나왔다. 헬스장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볼 때면 뉘신지 묻고 싶고 외면하고 싶었다.

 

PT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날 때쯤 거울을 정면으로 보게 되었다.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미세한 몸의 라인을 발견하면서부터였다. 남편과 PT 강사님도 내 체형이 바뀌었다며 칭찬해 주었다. 매일 관심을 갖고 나를 봐주는 사람만 볼 수 있는 변화일 테지만 기분이 좋았다. 헬스 기구를 들 때마다 새어 나왔던 곡소리가 줄어들었다. 덤벨을 들면 어깨에 각이 생기고 승모근이 들어갈 거란 희망에 부풀고 힘들더라도 견디고 싶어졌다.


기계치인 나에겐 무정하기 짝이 없는 헬스 기구들과도 조금씩 친해져가는 중이다. 2kg 덤벨 외에는 취급을 안 했는데 더 무거운 녀석들도 들고 싶어졌다. 헬스장에 가면 늘 덤벨을 들고 어깨를 괴롭히는 것부터 시작한다. 대표 웨이트 운동인 '데드리프트'도 자세가 잡혔다. 처음에 강사님이 설명하실 때 도대체 그게 가능한 자세냐고 되묻고 싶었는데 어느새 내 몸에 장착이 된 것이다. 백일이면 곰이 사람이 된다더니 데드리프트가 그랬다.


체중을 줄이는 것도 목표지만 나에게 또 다른 꿈이 생겼다. 몸에 근육을 장착하는 것이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아흔 살 할머니께서 주 6일 하루에 2시간씩 헬스를 하시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아흔 나이임에도 허리가 꼿꼿하시고 본인 다리로 누비고 다니셨다. 오전에는 손자네 집으로 오후에는 딸네 집으로 짧은 거리가 아님에도 걸어 다니셨다. 몸건강하셔서 그런지 정신이 말짱하시고 가족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고 계셨다.


두 번째 영상은 60대쯤 돼 보이는 아주머니셨는데 날씬할 뿐만이 아니라 프로급 근육이 돋보였다. 몸이 안 좋아서 헬스를 시작했는데 매일 하다 보니 취미가 되고 보디빌더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하셨단다. PT를 비용 마련을 위해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셨다는 말씀에 귀가 활짝 열렸다.


PT 비용은 사실 부담스럽다. 굳이 헬스를 돈 주고 배워야 하는지 의문스러웠었다. 그런데 막상 PT를 받아보니 헬스는 제대로 배우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의 의지로는 도전하지 못할 기구를 시도하게 되고 두 발을 헬스장에 들이는 데만 성공하면 다음은 강사님의 열정에 이끌려 운동을 하게 되니 말이다. 비단 헬스만이 아닌 모든 배움에 비용이 수반되어야 열심히 하게 되는 건 공통점인 것 같다.


다이어트 중간 결산 결과 체중은 별로 줄지 않았지만 헬스는 왜 해야 하나?라는 물음에서 헬스는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답을 얻었다. 날씨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 헬스이다. 러닝머신만 타던 나는 헬스 전도사가 되었다. 언젠가 승모근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둥근 어깨 대신 일자 어깨라인을 갖게 되는 날을 상상해 본다. 근육짱 중년 아줌마가 되는 날까지 쭉 달려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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