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이면 밖을 나선다. 월요일은 아파트 커뮤니티센터가 쉬는 날이라 골프도 멈추고 PT도 멈춰서 갈 곳이 없기도 하지만 월요일 아침에 밖을 나서는 건 나에게 커다란 의미를 준다. 월요일 아침 공기는 여느 공기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해가 뜨기 전에 밖을 나선 순간 차가운 공기가 한 아름 가슴에 들어온다. 일어날까 말까 고민 끝에 겨우 몸을 추슬러 나서긴 했어도 밖에 나온 순간 잠자리를 떨치고 나온 건 잘한 일이라고 깨닫는다. 신선한 공기가 잠자고 있던 세포를 깨운다. 주말 동안 나른하고 게으름에 빠졌던 몸이 저절로 기지개를 켠다. 현실감각이 돌아온다. 이제 일어나야 한다고!
오십층 가까이 되는 아파트 창문 중에 불빛이 몇 안 들어온 걸 본다. 누군가는 잠들어 있을 때 나는 먼저 일어났다는 게 묘한 뿌듯함을 안겨준다. 소소한 성취감이다. 이 정도 부지런함이면 다른 것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근거없는 자신감도 생긴다.
길을 걷는다. 길은 지난밤 일을 잊었다는 듯 단정함을 찾고 나를 반긴다. 어느 취객이 흥청망청 걸었을지라도 어느 부부가 티격태격하며 누가 잘했느니 서로 탓을 하며 걸었을지라도 그런 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 본연의 무던함을 찾고 나를 받아준다. 아침을 열며 길을 걷는 나에게 오늘은 새로운 날이니 일단 걸어보지 않을래?하며 길이 말을 건넨다.
길가에 서 있는 나무가 어느새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여름에서 가을 옷으로 갈아입은지 어제 같은데 짙은 낙엽 옷을 입고 나를 반겨준다. 가을이 무르익었다고 손짓한다. 가을을 느끼라고 나에게 일러준다. 바쁘더라도 계절이 흐르는 걸 잊지 말고 알려주는 나무가 고맙기 그지없다. 삶에 이끌려 정신없이 사느라 바쁜 나에게 알려줘서 고맙다. 나무야!
이른 새벽인데도 출근길을 나서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한다. 손님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물건을 받고 준비하는 몸짓을 눈에 담는다. 삶의 생명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일어날까 말까 고민했던 나의 게으른 마음을 깨워준다. 주말에 편히 쉬웠으니 이제 달려보아야 하지 않을까? 제자리에 안주하고 싶던 내 마음을 일깨우며 토닥여준다.
아침을 걷는 순간 밖을 내딛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모두가 눈뜨기 전 먼저 일어난 이에게만 세상이 주는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맑은 공기가 내 가슴에 전해지고 발을 내딛는 순간 생명력이 느껴진다. 오늘도 힘낼 수 있다고 살 만한 인생이라고 아침 공기와 내 앞에 놓인 길이 알려준다. 마음이 무거운 월요일 아침이면 그저 밖을 나서는 게 나에겐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