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보낸 연휴 첫날
나의 작고 귀여운 친구
업무를 마무리하느라 용을 썼는지 연휴 첫날인데도 눈이 안떠지고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목표를 잃은 사람마냥 무기력증이 슬슬 샘솟았다.
하필 3일 연휴를 앞두고 남편은 기나긴 출장을 떠났다. 이럴땐 1박 2일 여행이라도, 하다못해 교외로 드라이브라도 떠나야 재충전이 될텐데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연말연시에 일을 해야만 하는 본인 속은 오죽하랴만 내 기분이 우선이다.
침대에서 뒹굴다 거실로 나와보니 아이들도 잠옷을 입은채로 핸드폰 삼매경이었다. 아들은 감기에 잔뜩 걸렸다고 학원 가기전에 병원에 가야겠단다. 아이 덕분에(?) 꼼짝하기 싫은 몸을 일으켜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집으로 돌아와 둘째를 데리고 아울렛으로 향했다. 주차장 몇바퀴를 돌아도 자리가 나지 않아서 밖에 간신히 주차를 했다. 날씨가 좋지 않으니 다들 영화보러 왔나보다. 딸과 돈까스를 먹으며 아이쇼핑을 할지 카페를 갈지 의논했는데 딸이 '짱구는 못말려' 영화를 보러 가잔다. 영 내키진 않았지만 예매를 했다.
시간이 남아서 다이소 한바퀴를 돌고 팔공티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조금씩이라도 딸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래가야 할텐데...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니 딸이 자기에서 맞춰준 엄마에게 안마의자 서비스를 쏜단다. 그다지 당기진 않았지만 딸의 성의를 봐서 안마기계에 몸을 뉘었는데 몸 구석구석 섬세하게 마사지해주는데 너무 시원했다. 이천원짜리 서비스가 이만원짜리로 느껴지며 딸이 효녀로 보였다.
드디어 '짱구는 못말려' 영화가 시작되었다. 연휴에 이런 유치뽕짝 영화를 봐야하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웃기고 재밌었다. 능청스러운 짱구의 매력에 빠져들다 중간에 꾸벅꾸벅 졸았다. 영화가 절정에 이를때쯤 잠이 깼다. 일본 영화답게 매우 교훈적인 대사를 주고 받으며 끝이 났다.
잠깐 졸았다고 몸이 개운했다. 딸이 가고 싶다는 알라딘 서점에 걸어갔다. 딸은 에스파 앨범을 발견하고 신이 나서 나에게 두달치 용돈을 가불받고 기어코 그 앨범을 샀다. 그리 쓸모 없어 보이는 앨범을 산다는게 중년에 접어든 어미는 이해 불가지만 앨범을 품에 안고 기뻐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귀여웠다.
딸과 함께 놀면서 연휴 첫날을 보냈다. 딸의 취향을 함께 하고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나는 거리를 걸으며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딸과 점점 좋은 친구가 되가는 것 같다. 나의 작고 귀여운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