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풍경
누군가에게 온기 한 스푼을 주는 삶
새해 아침부터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그저께부터 아팠는데 호전의 기미가 안 보였다. 평소에는 하루만 쉬면 기운차리는데 맥을 못 추는게 영 불안하다. 역시나 불길한 촉이 맞았다. 독감이었다. A형보다 B형이 덜 아프다니 다행이랄까.
아들은 학교에 안 가게 되니 아픈 와중에도 표정이 밝았다. 연수를 앞둔 어미는 불안해졌다. 연수생 시작부터 삐그덕대긴 싫다. 아이는 수액을 맞고 일어나서 구토를 하고 돌아오는 내내 비실거렸다.
오전 내내 병원에서 보내고 집에 돌아와 밥을 차려주고 잠깐 누웠다가 잠이 들었다 깨보니 세시가 다 되었다. 이대로 새해를 보내기에는 아쉬웠다. 가방을 메고 카페에 가서 바인더에 새해 계획을 쓰고 책을 조금 읽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픈 아이를 위해 저녁상을 차렸다. 낮에 고등학교 친구들 카톡에서 영양사 친구가 남편에게 차려 준 떡국사진이 인상깊어서 따라해봤다. 계란 지단을 노른자와 흰자를 구분해서 부쳐보긴 처음이었다. 딸이 맛있다고 칭찬해주었다. 약을 먹고 기운차린 아들은 떡국만 빼고 그릇을 싹 비웠다. 이런~!
음식엔 데코가 중요한 것 같다. 정성이 들어가면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고 그 모습을 보는 내 기분도 좋아지니 일석이조이다. 대접 받아본 사람이 대접할 줄도 안다고 누군가 그랬다. 음식에 색깔을 더 입힐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챙겨봐야겠다.
올해는 아이들에게 더 마음을 기울이라고 이렇게 시작되는가보다. 작년과 색깔이 다른 한 해가 될 것 같다. 아이들에게 온기 한스푼을, 주위 사람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주위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한해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