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축조한 성

고독과 성찰 감성 테마시

by 정하

나는

언어로 축조한 성을 지키는
고독한 성주다

이 성에는
깃발도 병사도 없고
밤마다
심장 하나만
순찰을 돈다

내 영혼을 뒤흔들었던 존재가
사라진 이후로
가슴 가장 안쪽에 깊은 우물이 생겨
매일같이
나의 메마름을 적시기 위해

물을 길어 올렸다.

기억은
잊히지 않기 위해
마르지 않는 표정으로

내게 걸어온다.

나는 그 기억을
언어로 옮긴다
부서지지 않게
날것의 온도를
그대로 남긴 채

이 성은
기억 위에 기억을 얹어
무너지지 않는
침묵으로 세운 것이다

눈부신 삶은

이미 떠났지만
기억은
나를 통과하며
말이 될 준비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언어를 한 층씩 올린다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가
흩어지지 않도록

이 성 안에서는

펼치지 않는 두툼한 책 속의
문장처럼

존재의 열기가
서서히 식어 가고 있다.


나는

그 온도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존재의 열기를

붙잡아야 한다


내 언어가 닿는 동안

기억의 성이

견고하게

축조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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