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침상에서

일상. 유머의 감성 테마시

by 정하

불면의 침상에서


그대 오랜만에
불면의 두루마기를 입고
내 침상에 찾아와 주었군요.

모처럼
겨울답게
연일 계속 추위의 장막 속에
세상은 방안퉁수가 되어
눈만 빼꼼 뜨고
사위를 살피고
있더랬습니다.

그대는
말없이
이불 끝자락에 앉아
내 숨의 속도를 고쳐 주고
닫히지 않던 눈꺼풀 대신
열리지 않던 마음을
살짝 들어 올립니다.

나는
잠을 청하는 대신
한 줄의 문장을 끌어당겨
그대의 손등에 얹어 봅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 온도에서
단어 하나가
천천히 숨을 쉽니다.

밖에서는
눈 대신
시간이 쌓이고
시계는
오늘을 포기한 얼굴로
벽에 기대어 있습니다.

그대가 다녀간 자리에는
잠 대신
한 편의 시가
접히지 않은 채 놓이고


나는 비로소
눈을 감지 못한 밤을
허락받습니다.


그대,

다음에 오실 때는

불면의 두루마기를 벗고

와 주세요.


가실 때

내 은은한 일상으로

직조한 옷감으로

시 한 벌 곱게 지어

입혀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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