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과 교전 중

일상.유머의 감성 테마시

by 정하

한 모금의
카페인이 이렇게 치밀하게
무의식의 경지로
잠입하는 걸 방해하다니

요즈음
내가 또 방심했나 보다

이 밤의 작전명은
숙면
눈을 감고 스르르
내일로 넘어가는 일

그러나
카페인의 정찰병이
시냅스 초소를 장악하고
각성의 잔여 병력들이
뇌피질 전면에 집결한다

생각은
불필요한 보고서를 쏟아내고
기억은
풀지 못한 물음의 과거를
재소환한다

나는 호흡을 무기로 삼아
심박을 낮추고
의식의 방어선을
하나씩 철수시킨다

눈꺼풀은
중력에 항복할 준비를 하지만
뇌는
끝까지 버티라는 명령을
철회하지 않는다

의식과 무의식의
완충 지대에서
신경전이 격화되고
사소한 소음 하나에도
경보가 울린다

잠은
항상
정면 돌파가 아니라
소모전을 택한다

시간이 늘어지고
집중력이 분열되며
생각 하나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을 잃는다

그때
한 신호가 끊긴다
한 문장이 끝까지
도착하지 못한다

잠은
승전가 없이
조용히
영토를 점령하고

카페인은
끝내
항복 문서도 쓰지 않은 채
꿈의 외곽으로
추방된다

아침이 올 때까지
이 전투는
깊은 잠의 폐허 위에
남루한 기록으로 남는다.


배경 이야기


어제 낮에 딸이 맛있는 빵집에 들러 빵을 사왔다.

거기에 단 밀크티도 같이

상궤를 벗어나 빵도 먹고

한 번쯤…

밀크티도 한 잔 드링킹하고야 말았다.


밀크티라 괜찮겠지 싶었는데

묵은 걱정거리 하나와

카페인이 결합하여

숙면으로 가는 길을 막는 저항군이 됐다.

나의 침상에서

밤내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어젯밤 밀크티에 들어있는 소량의 카페인에도

속수무책

나는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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