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간 앞에 선 여정

홋카이도 여행 프롤로그

by 정하

프롤로그

― 자연과 시간 앞에 선 여행 ―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영동 지방을 지나

위도가 높은 홋카이도를 향해 순항하였다.


간밤 두어 시간밖에 자지 못해

지끈거리는 머리를 지긋이 누르다

까무룩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기내 방송 소리에 선잠에서 깨어났다.


신치토세 공항에

강설로 인해 현재 착륙이 어렵다며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

30분간 대기 비행에 들어간다는 안내였다.


비행기는 삿포로 상공을 원을 그리며 돌다가

30분 후 착륙을 시도했다.

그 순간 기체가 갑자기 크게 흔들렸고,

기내에서 짧고 낮은 탄성들이 흘러나왔다.

곧이어 엔진음이 커지며

비행기는 다시 급하게 상공으로 치솟았다.

착륙 실패, 재이륙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돌풍으로 인해

착륙이 어려워 다시 이륙하게 되었습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제야 나는 숨을 고르며

몇 주 전 뉴스를 떠올렸다.

폭설로 삿포로 공항이 마비되어

7,000명이 넘는 승객들이

공항 바닥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던 소식이었다.

우리의 여행길에는 그런 변수가 없기를 바랐는데…


홋카이도에서는

돌풍과 강설로 인한 연착이나 재이륙이

드물지 않다고 했다.


‘홋카이도 여행은

결코 편안한 여정만은 아니겠구나.’

그 생각이

마음 한가운데 조용히 내려앉았다.


이 여행은

풍경을 보러 가는 길이기 전에,

자연과 시간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먼저 배우게 될 여정일지도 모른다는

예감과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경도로 보면 약 30분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두 나라는

같은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행정 편의에 따라 맞춰진 시간은

해방 이후에도

경제와 시스템의 효율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태양의 시간이라기보다,

역사가 남긴 시간에 더 가깝다.


정치와 경제의 역사 속에서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아 온,

그래서 심리적으로는

늘 데면데면할 수밖에 없는 나라 일본.

그리고 홋카이도.


나는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게 될지

긍금한 마음으로

신치토세 공항에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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