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테마 여행기
하룻밤 사이, 산이 된 자리에서
쇼와신산은
홋카이도 우스군에 있는 화산이다.
그러나 이 산은
아득한 옛날부터 존재해 온 산이 아니고
화산 활동으로
어느 날 불현듯 융기되어 솟아난 산이다.
2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지진과
지표 융기 같은 이상 징후가 관측되기 시작했고
1945년 무렵
점성이 매우 높은 마그마가 지표를 밀어 올리며
평지 한가운데 우뚝 솟아났다.
화산재를 뿜어내며 터지는 화산이 아니라
용암이 굳어 융기된 용암 돔(Lava Dome) 화산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우스 지역에는
자전거를 타고 집집마다 우편물을 배달하던
한 우체국 집배원이 있었다.
파란 청보리밭이 펼쳐진 길을
씽씽 달리며,
그는 자연이 주는 청량감 속에서
자신의 일에 충실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아무렇지 않게 지나던 길이
전과 다르다는 것을 그는 알아차렸다.
땅이 울퉁불퉁해졌고,
갈라진 틈 사이로
뿌연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지질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이상함을 느낀 그는 관공서에 알렸지만
별일 아니라는 반응만 돌아왔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같은 대학 출신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중에는 지질학과 교수가 있었고,
측각기로 지형을 살핀 결과
이는 분명한 지진 전조 현상이라는 걸 밝혀냈다.
그는 보리밭에서 일하던 주민들에게
곧 닥칠 재난을 알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쉽게 떠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재산을 털어
그 일대의 땅을 모두 사들였다.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단 덕분에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자연은
그의 예상을 훌쩍 넘어서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지진 활동이 계속되던 어느 날,
보리밭이 있던 땅이
하룻밤 사이 갑자기 융기했고,
그 자리에서
우뚝 산이 솟아올랐다.
1945년의 일이었다.
쇼와 천황 재위 시기에 생겨난 산이라 하여
이름은 ‘쇼와신산’이 되었다.
인간의 기록 안에서
생성 과정을 온전히 목격할 수 있는 화산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라고 한다.
지금도 쇼와신산 정상에서는
증기가 멈추지 않고 뿜어져 나온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몹시 추운 날씨였지만,
곳곳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을의 길을 세심하게 살피던
한 우체부의 관찰과 헌신이
마을 사람들을 전부 살리고,
결국 이 땅을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는 자리로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 앞에서
한참 마음이 머물렀다.
그래서 나는
우체부 동상과 쇼와신산을 배경으로
마음을 담아 셔터를 눌렀다.
마치
이 산이 생겨난 시간과
그가 지켜낸 시간 사이에
잠시 서 있기라도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