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기
도야 호수, 마음을 풀어놓은 밤
경도 차이로
일본은 한국보다 해가 약 30분쯤 일찍 진다.
악천후로 신치토세 공항 도착이 늦어졌고,
우리는 소바 정식으로 늦은 점심을 대신한 뒤
쇼와신산을 둘러보고
나머지 일정은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도야 호수는 여의도의 세 배쯤 되는 크기의 칼데라 호수다.
지하에서 끊임없이 유입되는 온천수 덕분에
혹한 속에서도 얼지 않는다고 했다.
하룻밤 묵게 된 호텔은
전 객실이 도야 호수를 향해 지어져 있었고,
창을 여는 순간 넓은 호수의 정경이 품에 안겼다.
1층 로비는 리모델링을 거쳐
넓고 여백이 많은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고,
통창 너머로 펼쳐진 도야 호수는
그 자체로 로비의 중심이 되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잠시 쉬었다가
온천욕을 즐겼다.
노천탕 너머로 검푸른 도야 호수의 물결이
조용히 출렁이고 있었다.
뜨거운 물 위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하늘에서 내려오던 흰 눈은
그 수증기 속으로 스며들며 사라졌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동안
몸과 마음이 함께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6월, 두 아이와 함께
도쿄로 4박 5일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딸은 그때 이런 말을 했었다.
“엄마 아빠가 국어교사라 그런지
집에서는 일본에 대해 우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아.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했더라면
현실적으로는 더 도움이 되었을 텐데.”
딸과 나는 독일어를 선택해
2년 동안 공부했지만,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인사말 몇 마디 정도다.
딸의 말이 맞다.
구순 엄마는 지금도 일본어를 조금 하신다.
홋카이도 여행 간다고 했더니
“북해도, 그 추운 데를?”
걱정하시면서도 일본어를 가르쳐 준다고 해서
“엄마가 공부 잘한 것,
할아버지 머리만이 아닌 할머니 머리도 유전받은 것이네요.”
라며 딸은 할머니 농담을 받아 깔깔 웃었다.
세상은 마음의 문을 열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관심이 생기고,
그 관심 속에서 앎이 자라난다.
그런데 우리는
닫힌 마음으로 지나쳐 온 것들이
아주 많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더 굳어지기 전에,
더 많이 알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열고
이곳저곳을 다니자고
그날 우리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 첫날 밤,
아주 적당한 온도와 습도의 침실에서
나는 오랜만에
깊은 잠속으로 스르르 빠져들었다.
로비에서 바라보이는 도야 호수 그리고 리틀 후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