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 테마 에세이
청어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오타루
오늘은 평화로운 도야의 물결
아침, 개운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커튼을 젖히자 도야 호수가 유리처럼 펼쳐졌다.
구름 안개 속에 리틀 후지산이 반쯤 숨어 있었다.
산도 아직 잠이 덜 깬 얼굴이었다.
8시 30분, 호텔을 나와 선착장으로 향했다.
우체부 동상이 있는 포토존에서
괜히 편지라도 한 통 들고 찍어야 할 것 같은 자세로 사진을 남기고
도야 유람선에 올랐다.
어제는 바람이 성질을 부리더니
오늘은 순했다.
호수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잔잔했고,
갈매기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유람선을 따라왔다.
리틀 후지산과 둘러싼 산들은
“오늘은 평화롭습니다”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왕복 40분의 항해를 마치고
사이로 전망대를 거쳐
말 태반으로 만들었다는 마유크림을 손등에 발라보고
꾸덕꾸덕한 요거트를 맛본 뒤
드디어 버스는 오타루로 향했다.
흥망성쇠의 얼굴을 보다
오타루.
영화 러브 레터와 윤희에게의 도시.
이미 한 번쯤 마음속에서 다녀온 적 있는 곳이다.
홋카이도는 일본 본도와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강원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면적과 비슷하다니
시작부터 스케일이 다르다.
에도 시대 후기,
오타루 앞바다에 청어가 떼로 몰려들었다.
청어는 식탁에 오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기름이 돈이 되었다.
도시는 돈 냄새를 맡고 빠르게 자랐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석유를 데려오자
청어의 시대는 저물었다.
도시는 금세 고개를 숙였다.
번성은 늘 유효기간이 짧다.
청어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는 스스로를 다시 불러 세웠다.
메이지 유신 이후 홋카이도 개척이 본격화되면서
오타루는 다시 물류의 거점이 된다.
운하가 놓이고, 벽돌 창고가 세워졌다.
도시는 또 한 번 어깨를 폈다.
지금 그 창고들은
식당과 카페, 유리공예 상점으로 바뀌어 있다.
기타이치글라스 거리는 관광객의 발걸음으로 반짝이고,
오르골 가게 안에는
수천 개의 작은 시간들이 제각기 다른 음색을 낸다.
흥망성쇠를 여러 번 겪은 도시답게
오타루는 요란하지 않다.
그저 조용히 살아남는 법을 안다는 듯
관광 산업이라는 새 옷을 입고
옛 운하 곁에 서 있다.
나는 그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딸과 더불어 여러 개 먹었다.
번성의 맛인지, 쇠락의 맛인지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홋카이도 드넓은 목초지에서
큰 소젖으로 가공한 맛이라 신선하고 달콤했다.
여러 번 무너졌던 도시에는
조용한 여유가 깃든다.
오타루는 말없이 속삭인다.
“나는 여러 번 쓰러졌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다.”
그 문장이
오르골의 맑은 음색을 타고
오래 귀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