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 삼켜진 인간

일기장

by 요조

1. 인간이 만든 속도, 인간이 따라가지 못하는 속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사회는 미친 듯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기술도, 시장도, 사람들의 생각도 빠르게 변화한다. 잠깐이라도 지체되면 도태되기 마련이고 ‘이제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 된 건가?’ 싶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런데 그 속도를 만든 것도 결국 인간인데, 왜 인간인 우리는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버거워하고 있을까?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너무 현실적인 말 같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우리가 만든 속도에 삼켜지고 있는 거 아닐까.


이런 흐름 속에서 가끔은 그냥 멍하니 있는 시간조차 사치처럼 느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죄책감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쉴 자격조차 잃은 느낌이 든다. 정말 그런 걸까?


2.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감각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나와 똑같이 느끼고 있을까? 그리고 만약 과거의 유명한 철학자들이 살아있었다면 무엇을 느꼈을까? 해답이 필요하다.
어떤 생각을 했을까?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인간 소외'라고 부르려나. 아니면 ‘사회적 모순’이라고 정의할까.

확실한 건 지금 우리 대부분은, 이 거대한 흐름에 떠밀리고 있다는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금방 사라질 것 같고,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그러면서도 막상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도 버겁다.
그래서 자꾸만 속이 텅 빈 느낌이 드는 거다.

나 역시 뭔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진짜 하고 싶은 것조차 자꾸 놓치는 기분이 든다.


3. 사람은 다르지만 겪는 고통은 비슷해

사람들은 참 다양하다. 성격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하지만 우린 동시대에 살아있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은 비슷하다.

표현 방식이 다르거나, 혹은 주어진 것에 대한 차이뿐이다.

관념적인 부분만 본다면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공허함과 회의감을 안고 살아간다.

누구는 화를 내고, 누구는 자책하고, 누구는 그냥 웃으며 넘기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모두 비슷한 무게의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진보든 보수든 싸우는 이유도 결국은 같다. '더 나은 삶'을 원하는 거다.
다만 그걸 어떻게 풀어갈 거냐, 어떻게 나아갈 거냐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근데 그 방식의 차이가 오히려 더 큰 분열을 만들어낸다.


4.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생각하게 된다

결국 그 틈을 메울 수 있는 건, 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사람을 이해하게 만든다. 위로 이전에 우선 ‘이해’다. 모든지 이해하려고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또한, 내가 겪은 세계와 타인이 겪은 세계가 아주 다르지만, 그걸 연결해 주는 게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은 인간의 보편성을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공통의 우물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나는 어릴 때 '나루토', '원피스', '블리치'를 보며 자랐다.
나의 이전 세대, 아버지들의 세대는 '태권브이'나 '독수리 오 형제' 같은 걸 보며 자랐다.
그게 우리를 연결해 줬고, 같은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요즘은 그런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AI가 등장하고, 기술이 중심이 되다 보니 오히려 이야기는 더 불확실해진 느낌이다.
세상이 빠른 만큼, 서사도 빨라지고, 감정은 얕아진다.


5. 결국은, 인간을 위한 언어

나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게 결국 내가 계속 글을 쓰려는 이유고, 이런 일기를 남기고, 대화를 하고, 생각을 기록하는 이유다.
속도를 만든 건 인간이지만, 속도에 삼켜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건 인간의 언어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