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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천경마 Apr 20. 2021

코이카 - 자이카 교류행사를 마치며

2015년 6월 11일


지난 주말 4일 5일에 걸쳐 자이카와의 교류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코이카와 자이카는 스리랑카 필드에서 직접활동하는 봉사단을 가진 오직 두개의 단체이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것이 서로간에 득이 되었으면 득이 되었지 흠은 아니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준비하게되었다 사실 이 행사는 작년에도 있었고 오래전부터 산발적으로 있던 행사로 알고있지만 행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올해 행사를 준비할때 역시 새로운 행사를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딱히 물려받거나 이어나가야할 정리된 가치나 함께 추구하는 목표가 부재했지만 그냥 새롭게 판을 짠다는 마음으로 '작년에 아쉬웠다는 평가들에서 보다 자유롭게 해보자' 이렇게만 생각했던것같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미치루 누나는 영어를 잘한다 근데 집이 도쿄다 외모로만 보아서는 오끼나와 어부의 맏딸 느낌이 강한데 시부야나 가부키쵸의 잘나가는 여자라고 나에게 몇번이나 설득을했지만 나는 끝내 설득당하지 않았다 미치루 누나와 준비 미팅은 세번정도 진행했던것 같다 처음 만남은 서로의 중간지대인 칼무나이에서 각자 동료단원 한명씩 모시고 만나서 밥먹으면서 진행했었고 두번째 미팅은 첸칼라디 드림봉사단 파티션 작업을 해줄때 미치루누나가 학교로 잠깐 찾아와서 미팅했고 세번째는 미치루 누나가 우리집에와서 하루 놀다가면서 진행했다 마지막 미팅에서 계획도 어느정도 마무리도 되었겠다 그간의 노고를 자축하며 잘해보자는 의미로 장어를 구워서 귀한 소주까지 오픈하고 일대일로 대작을 하게되었는데 내가 그냥 뻗어버렸다 시작도 하기전에 누님으로 모시게 되었다


딱히 서로 깊은 방향성이나 도출해야하는 결과물의 압박 속에서 만난게 아니었기때문에 주로 내가 결심하고 미치루 누나가 보완해주었던것같다 회의 장소역시 스리랑카 정중앙 캔디로 정해진까닭이 동부에 사는 우리는 어차피 콜롬보에가나 캔디에가나 하루가 그냥 날아가게되는데 이런 관점을 조금 바꿔보고 싶었다 동부에 있는 단원들이 콜롬보에가는것은 당연한일인데 콜롬보나 서부단원들이 동부로 오게되는것이 스리랑카 생활중에 일생일대의 모험이 되는 상황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캔디에서 해야 양국 사무실의 깊은 관심에서 벗어나지 싶었다 그래서 스리랑카의 중심 캔디로 정하고 일정표도 정했다 어차피 최대의 관심사는 해가 지고난뒤 숙소에서 가지게 되는 친목 시간이라고 서로가 암묵적이고도 깊은 동의를 했다


캔디로 행사장소를 정하고 기능대학에 있는 코이카 단원에게 협조요청을 구했다 캔디 기능대학 구석에 있는 강의실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운동장에서 레크리에이션을 하기로했다 숙소까지 이동하는 버스는 기름값만 내고 이용하라고 교장선생님이 호의를 배풀어 주셨다 코이카와 자이카 모두를 이해하고있는 교장선생님은 우리행사를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셨다 전체적인 식순은 2박3일로 정해졌다 스리랑카는 어디든 이동하는데 하루정도의 시간이 걸리므로 본행사날 앞으로 하루 뒤로 하루를 여유일로 두고 본행사에는 사람들이 최대한 많이 참여할수있도록 고려했다 기간도 방학으로 정해서 참가자들의 많은 호응을 유도했었다


"우리조직은 참 능력자가 많은 조직이다 그런데 이런능력을 남잘되는데 쓰려고 모인사람들이다 여러분들은 이번행사를 준비하는데 나와 준비스탭들이 많이 고생했을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여러분들이 모두 좋은사람이고 모두 알아서 잘해주었기때문에 나는 별로 한게없다"- 코이카 89기 용접 /단원대표 오프닝 스피치中


양국 오프닝 스피치가 끝나고 피티를 했다 서로간의 활동을 이해하기 위한 개략적인 단체 소개 피티 이후  아누라 다푸라에 살고있는 자이카 환경단원이 피티를 했다 현장사업과 활동지원금을 가지고 아누라다푸라에 분리수거 시스템을 도입하고 적응시키는 도전의 과정을 피티로 담아내는 내용이었다 다음 피티는 코이카 사회복지 단원이 해주었는데 학대 여성 쉼터에서 근무하는 단원의 일상과 활동내용에 대한 소개였다 자이카 피티가 도전과 환경에 대한 성과 소개에 촛점이 맞추어져있다면 학대여성기관 피티는 아이들과 함께 손잡아 준다는 감성에 가까운 피티였다 다음 피티도 코이카 새마을 단원 팀이었는데 자이카단원들을 모아놓고 새마을 운동을 설명하다니 참으로 흥미있는 경험인것같았다 새마을은 워낙 이방향에 프로였기때문에 걱정도 안했다


이후에 실시된 조별 토의내용이야 평가가 가능한 항목이 아니므로 양국간의 대결구도가 펼쳐지기 어렵지만 단원 활동소개 피티의경우 피티의 실력과 내용으로 자칫 단체가 평가될수있다는 리스크를 판단했다 새마을 단원들이야 피티를 워낙 많이했고 잘했기때문에 (또한 평소에 술을 많이 마셨기때문에) 전화 한통으로 자동 피티 연사가 되었지만 학대여성 기관 단원의경우 삼고초려 끝에 겨우 피티 승낙을 받을수있었다 삼고초려를 하더라도 잘하는 사람이 발표를 해야했고 혹여나 우리가 밀리는 느낌을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모든 대화는 본인이 편한 언어로 진행되었다 코이카 자이카 모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관계로 현지어를 국내에서부터 집중 공략해서 파견되는 단체이기때문에 서로간의 소통에 문제가 없을것같지만 스리랑카 자국내 언어가 두개였다 앞서 언급했듯 능력자가 많은 단체였기때문에 어느 언어로 말해도 번역이 가능한 단원들이 조곤조곤 주위 사람들에게 번역해줬고 결과적으로 싱할러,타밀어,한국어,일본어,영어 가 섞인 행사가 되어버렸지만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코이카 시니어 단원들께서 금일봉으로 3만루피를 모아주셨다 사무실에서 지원해주는 돈은 영수증처리에 한계가 있을테니 "일본 아들에게 뭣이 되었든지 밀리지 마라"가 주요 금일봉 집행 지침이었다 우리는 전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캔디 주류판매점에도 들렀고 금일봉에 이것저것 보태서 5만루피정도를 구매했다 손수레 한가득 담긴 맥주를 보면서 판매점 사장님은 어디 새로운 식당이 오픈했냐고도 물었었다


피티 연사들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고 협의된대로 피티부터 맥주를 나눠줬다 봉사조가 돌면서 캔맥주를 나눠주고 국외휴가로 집에 다녀온 자이카 단원이 맛있는 안주라면서 마른 오징어를 돌리고 우리도 한국에 다녀온 단원이 안주로 김을 돌리고 그랬다 전날부터 모인 양국 단원들이 숙소에서 할일은 뻔했다 전날밤에도 마시고 행사 당일에도 마셨다 맥주를 나눠주면서 조금이따가 야외에서 레크리에이션을 하니까 스스로 조절해서 마실것을 전달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어제밤부터 부드러워진 분위기에서 양국의 피티가 잘안될래야 안될수가 없었다


피티가 끝나고 소그룹 토의 및 발표를 실시했다 활동하는 분야별로 모여서 '스리랑카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점들에 대해서 토의하고 교수법같은것을 논해보자' 는 공식적인 주제였고 그냥 느끼는대로 맥주한잔 하면서 이루어지는 소통의 공간같은게 되었다 컬쳐쇼크도 좋았고 사고사례 공유도 좋았다 그대신 전지에 결과물을 도출해서 반드시 발표해야했다 환경교육,복지,체육,산업,유아교육,특수교육 분야로 코이카와 자이카를 묶었는데  우리조는 사실상 떨이조였다 용접, 전기, 야구, 야구 이렇게 모였기때문에 대화가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을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용접이 야구를 잘알고 전기선생님이 암벽등반에 조예가 깊으신 관계로 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점심은 현지인들이 먹는 런치팩으로 정했다 1인당 380루피 한국돈으로 2천원 남짓이다 현지 런치팩중에 고급인 축에 속했으나 1년에 한번 만나 이루어지는 행사에서 또 너무 현지인따라간다고 맛없는 밥 먹이기는 싫었다 처음 행사를 준비할때 캔디 기능대학 강당과 자동차 교실 바닥을 두고 고민했었는데 강당은 우리 행사인원 40명이 들어가기 너무 넓고 에어콘이 없었다 그럴바에 먼지를 조금먹더라도 자동차교실에서 책상과 의자를 싹 빼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진행하자고 두번째 미팅때 제안했고 덕분에 우리는 점심도 바닥에 앉아서 편하게 먹었다 넓은 공간에 횡하니 있던것보다 차라리 좁은공간에 옹기종기 모여있던것이 더 분위기가 좋았던것같다


인근 운동장으로 운동하러 떠나는길 학교 버스를 빌려두었지만 걸어서 10분정도는 밥먹고 좋은 추억이지 싶어서 그냥 걷기로했다 2인3각, 발야구, 수건돌리기를 했다 누가봐도 참 유치한 게임들이었으나 혈기방장한 젊은 청춘들이 이런 행사에서 업무적(?) 소통만 기대하고 참가하지는 않았을것으로 생각하고 게임종목을 저렇게 정했다 혹시나 국가대항으로 변질될까봐 동군대 서군으로 진행했다 나는 동부니까 동군 이었는데 문득 오래전 읽었던 대망이라는 책중에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패권을 잡기위한세키가하라 전투가 떠올랐고 넌지시 어차피 이전투는 세키가하라 전투다 라면서 동군이 이길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정말 동군이 이겨버렸다 덕분에 나는 그날밤 술자리에서 별명이 도쿠가와이에야스가 되었다

  

공식적인 식후행사역시 화끈했다 우리는 축하공연 (K) 눈의꽃 및 제이슨 무라즈의 난니꺼를 불렀고 (세계 어딜가나 기타 선수는 어디에나 있다) (J) 축하공연은 우쿠렐레 준비해서 단체로 합창해서 좀더 가족적이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젊은 청춘들이 모여서 "라떼" 없이 편하게 소통할수 있는것은 참으로 중요한 요소로 인식한다 이렇게 만나서 소통하게되어 얻는 가장큰 장점은 관점을 다양하게 늘릴수있다는 점이다 교류회의 직접적인 효과는 당장 몇달 후 있었던 해비타트 봉사활동에 코이카- 자이카- 현지교민의 연합팀이 탄생했다는 점이고 더 나아가 현장사업도 같이 할수있었으나 코이카 사무소에서 나보고 연장하라고 해서 그만뒀다 무엇보다 이런 행사를 하면 재미가 넘친다 같은 필드에서 함께 고생하는 동반자로서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는것이 '함께' 더멀리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가는길이 힘들고 어려울때 친구와 함께라면 웃을수 있고 이 행사를 통해 소중한 친구를 얻었다 내가 구성한 프로그램안에서 이루어지는 감정의 소통들이 보람되다


우리는 다같이 멀리갈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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