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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천경마 Apr 20. 2021

삐라


나는 어릴적에 삐라를 주워다가 파출소에서 학용품과 바꿔서 잘썼는데 엄마한테는 학용품산다고 용돈을 이중으로 받을수있었으니까 이 삐라줍기는 어린날에 나에게는 엄청난 이득이었다 동네 지서에 가져간 삐라는 갯수에따라 연필이나 공책으로 바꿔줬고 학용품 재고 상황에따라 통크게 연필 한다스 혹은 공책 한권(묶음)으로도 줬다 지서 순경아저씨들은 마땅히 줄게 없으면 콜라라도 한병 꼭 사줬다 삐리 수거 단골 우수 고객 관리차원이었으리라 여겨진다


연중 가장 중요한 기간은 불온선전물 특별수거기간으로 이때는 '특별히' 수거하는 기간이니까 실내화 가방이나 심지어 책가방도줬었다 몇년의 경험으로 머리가 영특해진 나는 일반 기간에는 삐라를 비축하며 간간히 목을 축이고(?) 이때를 노려 큰 선물을 많이탔다 만약에 동네 삐라 수거 우수학생 타이틀이 있었다면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부할 호 시절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 삐라 보상품 재고라는것이 좀 들쭉 날쭉이라 재고가 소진되면 삐라를 한뭉탱이 가져가도 콜라한병에 머리한번쓰다듬어 주는걸 당하고 끝났으므로 플랭카드 붙자마자 달려가야했다 지서 아저씨들은 묵은 삐라를 알텐데 보고도 씩 웃고는 암소리도 안했다


삐라는 열기구로 온다 바람따라 오다가 높은고도에서 터져서 흩뿌려지는건데 북한이 북한인지라 안터지고 그대로 불시착한 열기구를 만나면 그야말로 로또였다 일일히 안줏으러 다녀도 뭉탱이로 한가득씩 삐라가 있었으니까 대박이었다 열기구 통 채로도 두번인가 신고해봤는데 뭉탱이 삐라로 지서에 내는게 더 이득이었다 그담부턴 신고안하고 삐라로 파출소에 냈다 폭팔을 안해서 위험하다고도 했는데 어차피 하늘에서 안터져서 내려온 물건이었고 발견했을때는 땅에서 이미 터져버린 후였다


초등학교 고학년때인가 보이스카웃 행사로 서울지역 아이들과 연합으로 민통선 땅굴 견학을 간적이 있었다 사방에 펼쳐진 삐라의 향연을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민통선 넘어 펼쳐진 삐라밭을보면서 지뢰지대만 아니면 당장이라도 뛰어들어갔을텐데 하고 아쉬워했던게 아직도 생각이난다 서울애들은 땅굴본다고 들떴는데 나만 삐라보고 더 들떠있었다 개눈에 똥만 보인다고 서울애들에게는 단지 불온선전물이 바닥에 나뒹구는것이겠지만 나에게는 연필과 공책이 책가방과 실내화주머니가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삐라는 2천년 초반에도 많이왔다 보수적인 언론을 비방하고 대통령을 욕하는 엽서 형식이었는데 전보다 문구가 좀 세련되지고 엽서모양이라 언뜻보면 삐라인지도 몰랐다 종이 삐라대신 얇은 플라스틱에 인쇄를해서 수명을 늘리려 한점도 기억에 남는다 남북 정상이 만나 관계가 발전되는 만큼 반대쪽에서  삐라도 따라서 발전하고 있었다


요즘도 북한에서 삐라가 오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가 보내는 삐라를 두고 미국과 인권문제로 논의중인것으로 안다 생각하고 판단할 권리는 모두 같으나 휴전선과의 거리는 모두 다르다 우리집앞 43번 국도의 끝을 나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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