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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천경마 Apr 20. 2021

스리랑카 장애인 직업훈련원

와때가마 - 스윗랑카


현지 기관장과의 만남은 언제나 극과 극인 일이었다 봉사단 사업에 대해 이미 이해하고있는 그야말로 이바닥 "빠꼼이" 일수도 있었고 쌩판 모르는 분에게 ODA기초부터 봉사단의 잠재력까지 소개해야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있었다 늘 그렇듯 코디는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관성적으로 전자를 만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개도국에서 '편하다' 라는것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와 궤를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 안하니까 편하고 그래서 보통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전임자가 남기고 간 파견 후보지를 답사하면서 기관장을 만났다 이른아침 기관장 집에서 밀크티 한잔을 마시다가 기관장 눈빛에서 욕심을 느꼈다 더운나라 욕심없는 천사들 틈바구니에서 평안히 잘있다가 악다구니의 향기를 맡았는지도 모르겠다 욕심이 있는 기관장은 주가로 치면 호재가 맞다 욕심이든 욕망이든 꾸준한 우상향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니까 상한가만 노리지 말아달라는 속내로 차분히 봉사단 사업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때 스리랑카 팀편성은 단일대학에서 보낸 단일팀과 연합팀으로의 구성이었다 동국대 원광대 제주대 경희대가 단일팀으로 보냈고 기타 개별 지원자를 추렴해서 팀을 구성하는것도 코디의 일이었다 한번도 만나본적 없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을 팀으로 묶고 5개월을 같이 살게 해야된다 동료이자 친구 코디는 사주와 앰비티아이 애니어그램까지 동원해서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도모했지만 내가 할수있는건 오직 지원동기와 자소서 몇줄을 끊임없이 읽는것이었고 또 읽는것이었다


남자가 다수에 여자가 소수인 팀이 시너지를 낼 확율보다 여자가 다수에 남자가 소수인팀의 시너지의 확율을 높게 봤다. 캔디 와떼가마로 파견된 캔디팀이 그랬다 나이많은 체육전공 큰오빠가 사회복지, 장애인재활, 장애인체육전공여동생들을 데리고 으쌰으쌰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화 없이 5개월을 보내고 이걸 바탕으로 성과를 도모하는게 코디 나름의 원대한 계획이었다 전공이 맞으니까 장애인 직훈원에서 활동할수있는 결이 맞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단원 점검 출장을 떠날때면 출장서류와 더불어서 춘장, 떡볶이, 삼겹살을 아이스박스에 꼭 따로 실었다 출장 전날 저녁에 단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첫번째로 야밤 급습하는 팀이 바로 이팀이었다 한밤중에 코디네이터의 임지방문은 단원들에게 반가운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한밤중에 먹는 떡볶이는 '와 떡볶이다' 하는 탄성을 자아낼만큼 맛있었다 (나만가면 꼰대가 되지만 떡볶이 뒤에 숨기로 했다) 아침에 기관장과 미팅을 마치고팀장과 단원들에게 다른 팀에게도 급습이 될수있도록 비밀유지에 신신당부를 하지만 소식에 늘 목마른 스리랑카 단원들은 그 '비밀유지' 같은게 아예 안됐다  


이 팀은 청년중기봉사단이 3기가 끝난 지금까지도 함께 뭉쳐서 세상의 험한파도까지 같이 넘는다 누구나 싸우고 누구나 틀어질수 있는게 사람인거고 극단적으로 불쾌감을 극단적으로 증폭시켜주는 열대의 더위 아래에서 이들의 소통 방식은 가히 타인의 귀감이 될만하다 같이 가야할 사람, 동반자라는 인식이 아름답게 말하고 뒤끝없이 푸는 방법에대해서 통달하게 해준것이라고 생각한다


스리랑카 5개월만에 얻은 현지어 수준은 코이카 2년 끝나가는 단원을 능가했으며 청각장애인 특성상 스리랑카 수화까지 거의 마스터했었다 현장사업 세레모니를 할때 난 축사를 한국어로 말했고 우리 단원이 스리랑카 수화로 통역해준 그 벅찬 감동을 나는 아직 잊지못한다


오늘 스윗캔디들이 포천에 찾아왔다 스리랑카 장애인직업훈련원을 졸업한 학생들의 자립을 돕고자 공정무역같은 회사를 만들어본다고 했다 코로나로 개털된 네팔 게하 사장은 또 팩트로 과도하지 않는선에서 또 팩트로 그들의 구상을 어루만져준다


그때는 코디가 무척이나 원망스러웠는데 시간 지나고 보니 이제는 왜 그랬는줄 알았다며 쌍팔년도식 감사인사도 주고받는다 '너네도 늙어서 그래' 세월이 흘러버린것이 정답은 아니어도 가까운답은 맞는것같다


스리랑카 식당에서 저녁을 먹이고 싶었는데 우리동네 스리랑카 식당이 다 망해버려서 우즈벡식당으로 갔다 서남아의 카레향 진한 사모사와 우즈벡의 육즙 쌈사를 비교해보면서 또 랑카 랑카 그놈의 랑카


누군가 나를 좋게 기억해주는 일은 참으로 감사한일이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스스로 매우 잘 알고있기때문이다 

그대의 인생에 송구할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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