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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천경마 Jul 25. 2023

낯선 인플레이션

네팔

23년 4월 전세계 트레커들을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네팔정부에서 발표한 트레킹 가이드 의무화 법안이었다. 혼자서 트레킹하는것에 크게 간섭하지 않았던 네팔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가이드 없는 솔로트레킹을 법으로 금지한것이다. 평소에 개도국 전쟁이나 기근소식에 큰 관심이 없던 산사람들도 네팔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자 아홉시 뉴스 한꼭지를 담당할정도로 한국에서도 이슈가 되었는데 그뒤로 트레킹 오는 사람들의 수 많은 단골 질문중에 하나 추가된것이 "솔로 트레킹 단속해요?" 가 되었다.


올초 포카라 비행기 사건으로 혼잡하고 어지러울때 상대적으로 조용히 넘어간 한국인 트레커의 사망사고가 있었다. 50대 한국인 여성이 쏘롱라 패스를 혼자 넘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추운겨울이었고 5천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인데다가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겨울에 산에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잠깐 쉰다고 쉬다가 기절하듯 잠들어서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게 된것으로 추측할뿐이다. 이때 누군가 옆에서 말 한마디 걸어준다거나 한번 흔들어 주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것이라고 다들 추론한다. 여기에는 이견이 없다.


나는 산아래 살지만 산사람은 아니기때문에 가이드 의무화에 대해 의견이나 감정이 전혀 없다. 지금도 2인 이상 트레킹 의무화 지역에도 거짓으로 퍼밋(허가서) 두명분을 만들어서 한명만 다니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의무화 한다고 하면 네팔정부의 지속적인 고민인 청년 일자리와 세수증진에만 도움이 될뿐 결국 일생의 버킷리스트인 히말라야 트레킹에 올사람은 다 오게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네팔의 가이드 비용은 비용이 추가된다고해서 전체 여정을 포기할만큼 한국사람이나 선진국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은 아니다.


이번 가이드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고나서 "솔로트레킹 단속해요?"가 단골질문에 추가되었는데 다들 법안이 통과되었으니 지켜야 하는것도 맞고 단속도 이루어질것으로 생각했지만 솔로트레킹 벌금 100불만 공지된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와중에 '벌금 100불이면 그냥 혼자간다'는 용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들이 무사히 산에서 (그것도 연속적으로) 내려옴에따라 가이드 단속은 글을쓰는 7월 말까지 없는것으로 확인되고있다. 법은있는데 지키는 사람도 단속하는 사람도 없다.


개도국이라고 해서 법안이나 법률이 적거나 미비하게 제정되는 것은 아니다 되려 법의경우 다른나라의 선례나 사례를 분석하기 용이하고 막말로 책상에 앉아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하면 되는부분이기때문에 만드는데에 큰 어려움이 없다. 특히나 현재 네팔의 어지러운 정세를 감안할때 이런식의 대항하는 세력이 없는 '대의'(정부의 세수증진을 위한일이므로)에는 이견이 1도 없는 만장일치 통과가 가능한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만들어진 이후에 일어난다. 법률을 제정하고 시행령이나 규칙까지 제정하더라도 현장에서 이걸 집행할 행정력이 존재하지 않는것이다. 


행정력의 부재. 이것은 개도국의 숙명과도 같은것이다. 이웃나라 인도법원에 계류중인 사건이 모두 처리되는데에 몇백년이 걸린다 혹은  몇십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동일 경제/문화권인 네팔은 그 통계조차 가늠할수 없다. 코로나 초입에 논란이 되었던 사건이 코로나가 종식된 근래에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판사의 초임 판사의 월 급여는 4만루피 정도. 정년을 앞둔 판사도 8만루피를 받기가 어렵다. 이런 급여수준에서 이들에게 청렴을 요구해야되고 한사람당 밀려있는 재판은 산더미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란다. 그렇다고 판사를 대규모로 신규임용하기에는 권력분립의 정치적 논리가 발목을 잡는다. 판사를 행정부에서 임명하면 정치적 중립에 금이가게되고 지금처럼 사법부에 일임하자니 네팔의 법집행은 도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네팔에 노동법도 있고 노동 조합법도 있고 최저임금법도 있다. 고용에 대한 법률적 보호. 세속보편국가 네팔은 사방천지가 법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최저임금법이 통과되고 대규모 실업이 발생했고 청년들은 나라에 "미래"와 "희망"을 외국에서 찾는다. 안타깝게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최저임금법이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게 되었다. 네팔이 개도국이 이런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서 "지금" 이기고 "지금"을 지키는게 중요한게 되었다. 내가 무죄여도 억울하게 감옥에 가게된다면 얼마간이라도 살고나와서 무죄를 받게될것이지만 네팔정부는 절대로 무죄기간 감옥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상해 주지않는다. 이 무죄의 감옥살이를 하는동안 이미 나는 돌아올수 없을만큼 바닥으로 내몰리게 되는것이다. 형사사건이니까 이렇게 보석이 있고 구류가 있는것이지 "민사"의영역으로 가면 어떻게그리고 언제 이기고 어떻게 지는것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급하게 때우고 넘기는 서남아시아 문화와 늘그렇듯 적당히 유연한 사법집행관이 만나면 이곳 네팔은 문제가 될것이 전혀 없는 나라다. 문제가 문제를 부르기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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