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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Nov 12. 2024

이른 새벽 깨우기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

모두가 잠들어 있는 깊고 고요한 새벽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침형 인간’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나는 김유진의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를 읽게 되었다.

작가는 변호사이자 새벽 기상의 힘을 전파하는 인기있는 유튜버로서 '조금 일찍 일어나 느긋하게 아침의 여유를 즐긴다면 어제와 다른 오늘이 펼쳐질 것이고 그렇게 달라진 하루가 모여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삶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한다.

작가 역시 많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모닝 플래너를 작성하여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냈고 독자에게도 새벽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평소보다 일찍 시작하는 시간은 나를 발전시키는 의미이지 업무 시간처럼 압박하는 것이 아니며 나 자신을 돌이켜보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답을 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새벽 시간은 잠시 충전하는 휴식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따뜻한 차를 마시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오히려 에너지가 채워지고 나만의 시간을 통해 안정감을 찾는다고 한다. 


가끔 짙은 어둠이 가득한 깜깜한 새벽녘에 잠이 깨어 '나처럼 일찍 일어난 사람이 있을까?' 싶어 창 밖을 내다보면 아파트 단지 내에 몇 몇 집들은 당연하다는 듯 희미한 불빛을 계속 내뿜고 있었고 꾸벅꾸벅 졸고있는 희미한 가로등 아래 자동차들도 하나 둘 지나가곤 했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이 꼭두새벽에 무엇을 하느라 불을 밝히고 있는 건지 참 궁금하게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침형 인간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울증 위험이 낮고 주관적인 행복감이 높다고 했다. 평소보다 일찍 깨어있는 시간은 일상 루틴에서 벗어난 나만의 시간이라는데 무척 공감한다. 따라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충전하는 시간은 언제인지 이번 기회에 차분히 생각해봐야겠다.


이미 선명한 빛이 누렇게 퇴색되어버린 아주 오래전의 낡은 기억들을 이것저것 들추어봤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이 되면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비몽사몽간에 눈꼽만 겨우 떼어내고 학교에서 나누어준 출석 확인증을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어 넣으며 아침 7시까지 학교 운동장으로 삼삼오오 모였었다. 스피커에서 우렁차게 흘러나오는 국민체조 음악에 맞춰 아침체조를 씩씩하게 하고 가끔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그리고 출석 확인 도장을 받았는데 방학 기간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석해서 공책 같은 선물을 받았던 자랑스러운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비벼가며 억지로 일어나긴 했지만 동네 친구들과 30여분을 걸어가면서 함께 재잘거리던 옛 기억이 새벽 시간을 즐기는 첫 시작이었던 같다. 

또 중학 시절에는 한동안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푸른 여명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 눈에 불을 켜고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아침형 인간'에 가깝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지금은 밤 12시가 다 되어 잠자리에 드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잠귀가 밝아 자주 뒤척이고 여전히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패턴이 이미 몸에 배어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잠을 자기 위해 머리맡에 항상 책을 준비했다. 어차피 잠들지 못해서 잡생각으로 뒤척이는 대신 책을 읽으면 오히려 잠이 잘 올 수도 있을거라는 계산이었다. 덕분에 아침형 인간은 포기해야하는 분위기인가 싶었다.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 가끔씩 다시 새벽을 깨워볼까 몇 번 도전했지만 평상시에 잠이 부족한데다가 무엇보다도 따뜻하고 나른한 이불 속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은 나태함이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50대가 된 지금,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으며 나를 위한 시간이 오롯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해봤다. 사실 몇년만 지나면 정년이 코앞이라 많은 힘을 쓰지 않고 오랫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 단순한 취미활동을 하고 싶었다. 어렸을 때 가끔 심심하면 만화 캐릭터를 그렸었는데 문득 ‘그림 그리기’가 떠올랐다. 요즘에도 미술 작품 전시회가 있으면 일부러 찾아가서 감상하곤 하는데 연필 하나로 배우는 가벼운 스케치부터 다양한 꽃과 예쁜 풍경이 가득한 연한 수채화도 좋고 특히 사람들의 특징을 빠르게 캐치해서 재미있게 그려내는 캐리커처를 배워보고도 싶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는 책도 보고 글도 쓰고 마음 차분 해지는 요가나 스트레칭을 쉬엄쉬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갑자기 ‘준비~ 땅!’ 하고 새벽에 일어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최근에 SNS를 보다가 초보자도 쉽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동물 이미지를 핸드폰에 몇 개 저장해 놨었다. 언젠가 시간이 생기면 그려볼 참이었다. 

어느 날 문득 일찍 잠이 깼다. 다시 잠을 청하기도 애매해서 말똥거리고 있다가 마침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캐릭터들이 생각났다. 따뜻한 이불 속에 계속 머물고 싶었지만 일단 몸을 일으켰다. 

옆방으로 건너가 컴퓨터를 켜고 좋아하는 음악으로 아침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간단한 스케치도 하고 책도 읽고 스트레칭도 했다. 그날은 아무래도 첫 시작이라 피곤함도 잊고 하루를 더 잘 보낸 것 같은 기분에 취해 몸은 조금 무거워도 마음만은 가벼운 하루를 보냈었다.

다음 날도 딱히 시간을 정하지 않고 나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봤다. 그런데 용케도 5시 반쯤에 잠에서 돌아왔다.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니 생각보다 일찍 눈이 떠지는 것 같았다. 오늘도 새벽기운을 가득 담은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끼며 비슷한 하루를 보냈다. 내가 가는 곳마다 항상 냥이가 먼저 앞장서준다. 냥이의 응원을 받아서인지 더욱 든든했다. 

일주일 정도 그렇게 하고 나니 피로가 쌓이는 듯 몸이 갈수록 힘겨웠다. 자는 시간은 매번 같으면서 갑자기 잠을 줄이는 상황이 되니 얼굴에 뾰루지도 많이 나고 몸이 축나는 것이 느껴졌다. 밥도 더 많이 먹고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반면에 새벽 시간을 즐기던 예전의 느낌이 떠오르며 나 자신을 또 한번 이겨낸 것 같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더 알차게 쓴 기분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뿌듯하고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이제부터는 잠 드는 시간을 조금 조정하고 알람을 맞춰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되도록 잘 관리해서 작가처럼 하루를 두 배로 사는 의미있는 시간으로 채워봐야겠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새롭게 해 보고자 하는 마음처럼 몸도 잘 따라주길 바라면서 새벽을 밝히는 여명의 속삭임을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을 오래 느낄 수 있도록 천천히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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