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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Mar 31. 2024

항구의 추억

새벽 바람에 이는 푸른 기운과

하얀 포말에 섞인 파도소리를 뒤로하고

고기잡이 배는 아침 햇살이 고개를 내밀기도 전에

부지런히 수평선을 향한다

 

늦은 기지개를 켜며 동네 귀퉁이에

하나 둘 모여든 개구쟁이 아이들은

땟국물이 선명하게 찍히도록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골목을 누빈다

 

어린 아기를 등에 업고 집안 일 하던

아낙네의 시선은 하루 종일

남편을 데리고 나간 바다에게 향해 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마을을 지키던

흔적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지금은 빛바랜 옛 추억과 고요한 정적만이 아련히 남아 있다

드넓은 바다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너울너울 물보라를 인다


이젠 고기 잡는 어부도 골목을 지키던 아이들도

모두 사라진 텅 빈 골목에

오직 허리가 구부정하게 휜 쓸쓸한 노모와

고독한 그리움과 지루한 기다림 뿐!

빈집을 지키는 새끼고양이가 나른하게 하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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