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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Jul 01. 2024

여행을 꿈꾸다

간단한 옷가지와 가벼운 짐을 챙긴 후

며칠동안 홀로 있을 냥이의 밥을 정성스럽게 담아 놓고

약간의 걱정을 남겨 놓은 채

별빛이 총총한 새벽 길을 나선다


일행과의 수다로 어색함을 쫒아내고

발길 닿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가벼운 발걸음을 재촉하며 

두근거리는 설레임과 낭만을 가득 채운다


머릿 속에 남아 있는 복잡한 생각들은 

여행 길에 훌훌 털어버리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며

오랫동안 간직하고픈 사진과 진한 추억을 쌓는다


하루 또 하루가 지나  

어둠은 희미해지고 푸른 여명이 밝아 오듯

시간은 누구에게나 여지없이 흩어지고 

나의 여행도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간다


여행을 시작한 곳에 도착한 나는 

새로운 기대로 출발하는 많은 이들이  

푸른 창공으로 날아 오르는 순간

한없이 부러운 시선을 떼어내지 못한다


책상머리에 앉아 있으면 

집중이란 녀석은 어느새 저 멀리 도망 가 버리고

그동안 쌓인 피로와 여독을 뒤로한 채

여행 끝의 여운만 한가득 남아 있다


온 지구를 다 돌아다닌다 해도 

결국 떠났던 자리로 되돌아오지만

난 또 멈추지 않고 새로운 여행을 꿈꾼다 

하루의 시작과 함께 일상적인 내 삶의 여행도 새롭게 시작된다




나는 여행을 아~~~주 아주 좋아한다.

남편한테 

돌아가신 조상 중에 여행 못 해서 죽은 귀신이 들러 붙었냐’ 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여행에 한이 맺힌 사람처럼 기회만 생기면 무조건 콜! 을 외친다. 그렇다고 그렇게 많이 다닌 것도 아닌데...

그래서 여행에 있어서만은 '양보의 미덕은 개나 주라~'고 던져버리고 언제든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어디든지

기회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는 준비를 한다. 

사실 가끔 내가 생각해봐도 전생에 나는 '방랑자?'였나 의심스럽기도 하다.

내 급여도 여행의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다녀 오는 조건?으로 남편에게 모두 맡겼다.


이렇게 여행에 집착하는 이유는 물런 여행에 대한 기억이 좋아서 그렇기도 하다. 

여행을 떠나면 매 끼니 걱정할 필요도 없고 한껏 즐기고 돌아오면 청소도 다 되어 있고 좋은 곳에서 분위기 

즐기며 새로운 세상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이 항상 좋다. 

오죽하면 이제 막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푸른 하늘을 향해 첫 발걸음을 내 딛는 비행기의 뒷모습을 부러운 시선으로 하염없이 바라 볼 정도이다.


아마 예전에 갈 기회가 몇 번 있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가지 못한 기억들이 아쉬움과 미련으로 남아 더 집착

하는 것 일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학 시절 남편과 사귀고 있을 때 시아주버님이 이탈리아에서 유학 중이었는데 그때는 여행이라는 것이 지금처럼 아무 때나 가방 메고 쉽게 떠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돈이 없어서도 못 갔다. 

대출이라도 해 볼까 하고 은행 문 앞을 몇 번 기웃거렸던 아픈 기억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까지 또렷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또 한번은 큰 아이가 수능 끝나고 결과를 기다릴 때였는데 그 시기에 맞춰 남편 친구 모임에서 이탈리아를 가기로 계획했었다. 여행경비도 이미 모두 지불하고 잔뜩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기만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아들이 목표로 했던 대학교에 떨어질 수 있다'는 타인의 헛 정보에 의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결국 우리 부부의 위약금을 각각 80만원씩이나 내고 포기했다. 

그때는 남편 놔두고 나 혼자만이라도 어떻게든 가고 싶었지만 "아들이 대학교에 떨어져 어디에서 혼자 울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엄마가 돼서 그래도 가고 싶냐?"는 남편의 일침에 할 수 없이 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더 기가 찬건 아들은 순조롭게 대학에 합격했다.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나와 연이 안 맞는 건지 벌써 두 번째 기회를 잃은 셈이다. 


2020년도에는 직장에서 6개월 연수를 받았는데 그 중 해외여행(네덜란드)을 포함한 우리나라(독도, 울릉도, 강원도, 제주도)까지 여러 곳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체험 때문에 일부러 연수를 신청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진대 2020년 2월, 겨우 제주도 한번 갔다오고 나서 코로나19가 터져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다. 

교육도, 체험도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어 연수가 끝나가는 마지막 시점까지 가까운 순천이나 여수로 어떻게든 1박이라도 추진 해 보려 했으나 어느 기관에서 또 코로나가 터졌다 싶으면 다시 상황이 원위치 되어 해외여행을 포함해서 사전에 예약했던 모든 일정이 여지없이 취소되고 다시 환불하고 실망했던 마음과 여러 상황들 때문에 '여행에 있어서 나는 왠지 복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 항상 함께 존재하는 듯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아프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몸을 사린다. 

준비 과정에서도 새 신발 등 새 것은 피하고 항상 해 왔던 익숙한 일을 하며 가장 평범한 시간을 보낸다. 

나는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주변 상황 때문에 못 갈 수도 있고 요즘같이 날씨도 변덕스럽고 세상이 어수선해서 내가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장소나 유적지 등이 그대로 남아 있으리라고 보장하기도 어렵다.

또한, 건강을 신경 쓴다고 해도 여행 가서 두통이나 복통. 알러지 등 아팠던 경험이 여러번 있어서 나와 남편이 항상 건강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 그래서 더 조바심이 나는 것 같다. 

더군다나 지금은 5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으니 최대한 70세까지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고 가정해도 손으로 

꼽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남편은 일찍부터 직장에서 해외여행을 지원해 준 터라 유럽 뿐만 아니라 웬만한 나라는 거의 다녀

왔다. 그래서 남편이 다녀온 곳은 아무래도 같이 떠나기가 더 쉽지 않을 것이고 나도 직장에서 겨우 몇 군데 다녀온 곳이 있는데 이왕이면 가보지 않은 곳을 가고 싶으니 가고 싶은 나라 고르기에 대한 의견도 많이 엇갈릴 것 같다. 그래도 갈수만 있다면야...


이제는 남편도 이런 내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는 듯 하다. 

젊었을 때는 언제든,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시부모님과 26년 동안 함께 살면서 

두분이 늙어가시는 모습을 지켜보더니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다리에 힘이 없어서 갓난아기 걸음마 하듯 수년째 집안에서만 맴도시던 아버님과 몇년 전, 갑자기 넘어지신 후로 허리수술을 받으시고 바깥 출입을 거의 못하시던 어머님의 모습에서 우리 부부는 "아무쪼록 살아 있는 동안 잘 걸을 수 있게 건강도 챙기고 기회 있을 때마다 여행도 다니면서 자식들에게 최대한 민폐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며 노후를 보내자"고 얘기했었다


실제로 퇴직하고 나면 여행도 자주 가고 여유있게 지낼 수 있을 것 같겠지만 정작 현실은 다를 거라 생각된다.

당장 내일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고 우리가 건강하게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이 얼마나 많이 허용될지 잘 모르겠다.  

남편은 맨날 "돈 없어~~~ 주식이 올라야 갈 수 있다"고 항상 18번처럼 말하지만 다 무시하고 올해가 지나기

전에 '언제든 캐리어를 끌고 비행기에 몸을 싣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본다. 



P.S

 어느 지인이 하신 말씀이 두고두고 생각났다.

  "내 가슴이 떨릴 때 하는 것은 여행이고

   내 다리가 떨릴 때 하는 것은 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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