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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Aug 09. 2024

'콩이'가 아파요~

콩이야 힘내라~~!!

내가 다니는 직장은 단설 유치원으로 유아들이 아침에 현관을 들어서면 반갑게 맞이 할 수 있도록 1층 2층에 동물들을 키우고 있다. 

1층에는 햄스터와 펫테일 그리고 붕어들이 있고 2층에는 가재, 사슴벌레, 거북이와 열대어가 있다. 


동물 관리는 한 달에 한번씩 업체가 와서 전체적으로 물도 갈아주고 집도 청소 해 주고 깨끗하게 정리 해 주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안 써도 되는데 햄스터는 4마리가 한 지붕 아래 다닥다닥 붙어 모여 사는 데다가 운동하라고 넣어 준 물레방아들을 화장실로 이용하는 바람에 며칠만 지나도 오물이 쌓이고 냄새가 심하게 나서 가끔씩 직접 청소를 해 줘야 한다.

햄스터들도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야 병도 더 없을 것 같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할 수 없이 팔 걷어붙이고 수시로 청소를 해 준다. 

햄스터들 중 처음 만날 때부터 내 시선을 사로잡는 특이한 아이가 있었는데 눈이 너무나 작고 까만 깨알 같아서 ‘콩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반짝반짝 빛나는 까만 눈이 하나 밖에 없어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봐야 했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도 왕따 당하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티는 것 같아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콩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애꾸눈이어도 가장 씩씩하게 활동하는 모습에 짠한 마음이 더해져 애착이 더 갔는데 요즘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햄스터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쿨쿨 잠만 자고 밤에 움직이는데 콩이는 낮에도 열심히 돌아다니고 밥도 잘 먹고 고양이처럼 자신의 몸을 열심히 닦아가며 스스로 깔끔하게 관리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앞 가슴에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혹이 있어 앞 발까지 제 몸 두르기에도 너무나 큰 스웨터를 걸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작은 풍선에 조그만 앞발 2개 붙여 놓은 것 같은 모습!

풍선은 가벼워서 날기라도 할텐데 거의 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콩이의 혹은 움직일 때마다 짐이 되어 중심잡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조그마한 몸에 두 손을 앞으로 모으기도 힘들고 엄청 무거워 보였다. 

언제부터였을까? 많이 아프진 않을까? 물을 자주 찾는 것은 몸이 힘들어서일까? 

작은 몸이 가려워도 혹에 가려 긁을 수 없고 털 고르기를 하고 싶어도 마음 먹은대로 손이 닿지 않을테고 숨 쉴 때 괜찮은지, 가렵거나 통증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 해 볼 수도 없고 바라보는 내가 더 답답하고 계속 신경쓰였다. 

다만, 보기에 몸이 많이 불편 할 것 같고 많이 아플거라 생각되는 나만의 편견이고 시선이기만을 바랬다. 

큰 동물 같으면 동물병원에 가서 진찰도 하고 어떤 조치를 취했을 것 같은데 괜히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생명을 단축시킬까 염려도 되고 어차피 받아주지도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지내는 동안 밥이라도 잘 챙겨주고 잘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물 관리 해 주시는 사장님께 말씀드렸더니 "그럼 다른 햄스터로 바꿔 드릴까요?"라고 하시길래 

"그냥 사는 날 까지 잘 키워볼께요"라고 말씀드렸다.

작은 생명이지만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른 대안이 없을까 하고 물어본 것이었는데 소모품 처리하듯 쉽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별로 안좋았다.  

햄스터는 보통 3~4년을 산다는데 우리 유치원에 있는 녀석들도 이미 3년 정도 되어서 어차피 시간이 되면 죽을거라고 하셨다. 

이 더운 여름에 장거리 이동하다가 힘들어서 죽을 수도 있고 잘 케어 해 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 오랜 시간 같이 지낸 친구들과 최대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가만 두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되었다.

 

작은 공간에서 먹이 걱정 없이 살다가 제 생명을 다하는 그 날까지 쳇바퀴 돌 듯 매일매일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방법 밖에 도리가 없으니 나의 작은 기도가 하늘에 닿아 그나마 마지막 가는 날까지 덜 아프기만을 바랄 뿐이다. 

"콩이야!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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