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무사하기를~~~
우리 시댁 식구들은 여름 휴가철마다 지리산 계곡에서 캠핑하는 것을 좋아한다.
연중 행사처럼 캠핑장비 꺼내느라 아파트 베란다 창고를 몇 번씩 들었다 놨다 했던 기억이 벌써 20여년째 되어가는 것 같다.
남편을 포함한 삼형제는 식구들의 편안한 휴가를 위하여 무거운 텐트와 각종 장비와 취사 도구들을 이고 지고 아이들까지 동원해서 개미 군단처럼 이동한다.
몇 평 안되는 조그만 땅뙈기에 땀 뻘뻘 흘리며 새 집을 완성하고 계곡 물에 발 담그고 나뭇가지를 모아 불멍을 준비하면서 까만 밤 하얗게 수놓은 별들에 취해, 깊은 산자락 소리없이 머물다가는 은은한 바람에 취해 한 여름 무더운 시간을 보낸다.
시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편안하게 주무실 수 있도록 텐트 사이즈에 맞는 커다란 스티로폼을 여러개 사서 차 지붕에 동여매고 집에서 쓰는 솥단지. 함박 등 취사도구까지 모두 챙겨서 다닐 정도였다.
그때마다 했던 농담이 생각난다. "막내야~~ 차에 냉장고랑 TV도 실었냐?"
지난 몇 년 동안은 커가는 아이들 학원도 보내고 입시 준비 뒷바라지 하느라 가족들 모임이 많이 뜸했었는데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가고 다들 타지역에서 살게 되니 아이들은 덤일 뿐 좀 더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삼형제가 다시 뭉치기 시작했다.
올해는 너무 더워 여름휴가는 각자 보내기로 하고 추석연휴 모임을 위해 식구들이 컴퓨터를 켜 놓고 ‘준비~ 시작!’ 하고 국립공원공단 사이트에 들어가 캠핑 예약을 시도했다.
전 국민이 거국적으로 가족과 함께 추석 연휴를 즐기기 위해 설레이는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므로 이 상황에 국립캠핑장을 예약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바통을 이어 받아 빠른 손놀림으로 결국 승리?를 이뤄냈다.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러서 캠핑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고 시부모님도 돌아가셔서 예전처럼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지만 남편은 여전히 지리산을 즐겨 찾는다.
“여름에는 지리산 계곡에 가서 발도 담그고 기운을 받아야 1년 또 잘 살제~” 하면서 마음은 항상 지리산을 향해 있다.
올 여름은 덥다덥다 하면서도 타지역으로 휴가도 다녀오고 여행도 다녀와서 추석 때까지 그냥 조용히 쉬는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올 여름은 너~~~무 더워서 집에 있기 힘들다'며 ‘지리산 가자’고 노래를 불렀다. 당장 추석 때 지리산 달궁 캠핑장에 갈건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가도 마침 연휴가 끼어있어 할 수 없이 주말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당일치기로 집을 나섰다.
지리산 깊은 계곡으로 들어갈수록 조금씩 시원해지는 것이 피부에 바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도 집에 있는 것 보다 밖으로 나오니 공기도 좋고 옛 추억도 생각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여러모로 좋았다.
사실 남편이 이렇게 지리산에 집착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계곡이나 돌이 많은 곳에 가면 거르지 않고 하는 의식?이라고나 할까!
들어나 봤나 ‘중력을 거스르는 돌 세우기!’
남편은 탑을 쌓는다기 보다 돌을 하나하나 세우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도 우리 가족의 숫자(시부모님, 애들 셋, 우리 부부)에 맞춰 꼭 7개씩 쌓는다.
어느 영상에서 무게도 모양도 각양각색인 돌멩이들을 모아 마치 접착제를 붙인 것처럼 탑을 쌓아 올리는 멋진 영상이 있었는데 남편도 거기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머리가 무거워서 절대 꼿꼿이 설 것 같지 않은 작지 않은 돌덩이를 주워 중력을 거스르며 무게중심을 잡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시행착오도 많이 하고 별로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제법 쌓는 시간도 많이 빨라지고 실력이 일취월장이다. 기술도 늘어서 요즘에는 이중 삼중 쌓기에 도전하기도 한다.
돌을 쌓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봤다. 물론 '돌이 무너지지 않도록 온 신경을 집중 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부모님을 포함한 우리 가족의 안녕과 건강과 행복을 바라지 않았을까 싶다.
작년에 시부모님을 갑작스럽게 떠나 보내고 올해는 몇 개나 쌓을까 궁금했는데 오히려 더 많이 쌓았다.
아마 부모님 모두 좋은 곳에 가시라는 의미로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
다 쌓아놓고도 행여 넘어지지 않을까 바람을 불어보기도 하고 옆에서 물장구를 쳐 보기도 한다. 튼튼하게 세워졌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계곡에서 수영은 시늉만 몇 번 하고 오히려 돌탑 쌓는데 심혈을 더 기울였던 것 같다.
우리가 그곳을 떠나고 며칠이나 그 자리에 돌탑이 계속 서 있을지 모르겠지만 누구라도 소원하나 더 담아보고 잠깐이나마 머물러 마음을 쉬어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싶다.
나도 꼽사리 끼어 우리 가족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모두 평온하기를 함께 빌었다.
올해도 무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