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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Aug 21. 2024

여름아~ 이젠 안녕......하자

전기세는 나의 몫

‘31’ 이게 무슨 숫자냐고? 

바로 우리 집 아파트 거실 온도다. 바깥은 당연히 더한 불볕인데 다행히? 집안은 31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며칠째 계속 더 떨어지지도 올라가지도 않고 '멈춤' 이다. 

엊그제 경산시에 사는 딸의 아파트를 갔는데 저녁무렵에도 실내 온도가 34도였다. 집 안에만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가 힘들고 땀이 줄줄 흐르는 정도여서 우리 집은 그나마 양호하다고 생각 되었다. 

그러나 체감상 엄청 더운 것은 사실이다. 움직일 때마다 '덥다'는 말이 입에서 안 떨어질 정도다.

요즘 열대야 현상도 거의 30일이 다 되어 가는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입추를 비롯 해 말복도 지나고 내일이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되는데도 밤 공기는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른다.

덕분에 밤에 제대로 잠을 자본지가 언제인가 싶다.

태풍 '종다리'도 어제 밤 내내 서해에 머무르면서 번쩍번쩍 천둥번개 치고 비바람 몰아치며 남은 여름에게 으름장을 놓는 듯하더니만 언제 그랬냐는 듯 여전히 더위만 남겨두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5년 째 살고 있는 우리 아파트는 남향이어서 바람도 잘 통하고 시원한 편이다.

그래서 매년 여름마다 거실에 에어컨 하나 없이 잘 버텨 왔었는데 이상하게도 해가 갈수록 ‘원래 이렇게 더웠나?’ 싶을 정도로 더위도 더 오래 머무는 것 같고 건강 하나만 믿고 온몸으로 참아내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시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에어컨은 시부모님 방에만 해 드렸다. 우리 부부는 평상시에 출근하고 아이들은 타지에서 생활하므로 낮에 집에 계시는 시부모님을 위한 조치였다. 사실 시부모님도 전기세 생각해서 그러신지 거의 잘 사용하지는 않으셨다. 

오후가 되어 지구를 뜨겁게 달구던 붉은 해도 긴 그림자를 숨겨 온도가 좀 내려가나 싶다가도 아파트 건너편 교회건물이 하얀색 벽이어서인지 남은 햇빛이 반사되어 창 안으로 내리 꽂는 빛조차도 더 강하게 느껴졌다.

평일 저녁에는 샤워하고 있으면 그래도 버틸만 했다. 그런데 주말 낮에 집에 있으려니 그야말로 찜통이 따로 없었다. 거기에다 식사 한끼 해결하기 위해 가스렌지를 켜면 땀으로 목욕하는 것은 기본이고 더위에 지쳐 식사조차도 하기 힘든 상황이 되는데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힘들고 더울까?' 위안을 삼으며 참아보지만 그래도 덥다!

작년엔 또 그 전년도엔 어떻게 살았을까? 새삼 떠올려 보며 갈수록 슈퍼 파워가 되어가는 이 더위가 올해도 어서 빨리 잘 넘어가길 바래본다. 


남편이 "에어컨 좀 켜고 살자" 하면 한번 시원함에 맞들이면 계속 찾게 될 것 같고 전기세도 많이 나올 것 같아 조금만 참자고 겨우겨우 달래보지만 애들이 한번씩 내려오는 경우에는 물어볼 것도 없이 자동으로 풀 가동하게 된다. 애들 핑계대면 어쩔 수 없이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더군다나 올해는 둘째가 군대가기 위해 집에 계속 머무르고 있어서 여름 내내 에어컨을 켜고 있다. 

작년에 시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후 큰방에 별로 들어 갈 일도 없고 해서 TV와 침대도 정리했는데 퇴근해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면 결국 큰방으로 모여든다. 평상시에는 각자 서로 정해진 위치(남편은 거실 TV 앞, 둘째나 나도 각각의 공간)에서 생활하므로 별로 마주하고 있을 일이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한 곳에 모여 서로에게 머리를 기대며 누워있는 모습이 그나마 정스럽게 느껴졌다.

아무리 후덥지근해도 잘 시간이 되면 알아서 해산한다. 아들은 큰 방에서 자고 남편은 덥다고 꿍시렁 거리면서도 우리 방으로 간다. 

요새 날이 너무 더워서 모기도 쉬고 있다는데 발 밑에 선풍기 도리도리 해 놓고 누워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가벼운 미풍을 맞고 있으면 까만 밤 어둠을 밝혀 주시던 친정 엄마의 손부채가 생각난다.

새벽엔 오히려 약간 쌀쌀함 마저 들어서 얇은 이불을 두르기도 한다. 다들 잠든 고요한 새벽녘 귀를 쫑긋 세우면 가을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전기세는 나의 몫! 

오늘도 나의 관심사는 팽글팽글 잘도 돌아가는 전기 계량기를 보며 '전기세를 어떻게 줄일까?' 고민하다가 식구들 꽁무니 따라다니며 쓸데없이 켜 놓는 전기들 잽싸게 끄거나 큰 방에 한번씩 들어가서 몰래 에어컨 바람  줄이기, 온도 조금 올리기, 시원한 틈을 타서 살짝 꺼보기 등을 시도 해 본다. 

또한 인정사정없는 무자비한 더위가 빨리 꺽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얼음이 섞여있는 아이스크림을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으며 쓰린? 속을 달랜다.

여름아~~ 이젠 안녕~~~~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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