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움큼

by 호저미

잘 지내냐는 말보다

기분은 좀 어떻냐는 물음

나를 잘 알기에 자연히 꺼내지는 것


올곧게 자라는 대파를 보고

꼭 나와 닮았다며 기뻐하는 웃음

나를 그렇게도 생각하는구나


가스 불은 몸에 안 좋다며

요리할 때 창문을 열어두라는 연락

나를 늘 생각하고 있다는 것


작은 한 움큼이 주먹을 가득 채우듯

그녀의 말이 가득 차 전부가 되네

나의 전부는 딱 한 움큼이었구나




자취를 시작하고 오랜만에 엄마랑 전화를 했다. 여전히 나에 대해 잘 아는 엄마는 잘 지내냐는 보통의 질문보다 나를 위한 질문을 건넸다. "기분은 좀 어때?" 가끔 감정에 깊게 빠지는 나에게 기분을 물으며 근황을 살피는 게 엄마의 사랑하는 방식이다.


지난번에는 내가 심어둔 대파 화분을 가만히 보더니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 구부러짐 없이 직선으로 잘 자라는 대파가 나랑 닮았단다. 대파랑 내가 닮은 게 그렇게 웃긴가? 고맙고 기특하다는 뜻이겠지.


요리에 취미를 붙여서 여러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바로 전화해서 엄마의 손 맛과 닮아 내 요리도 맛있다고 자랑했다. 엄마는 요리할 때 가스 냄새를 조심하라고 창문을 꼭 열어두라 알려주었다. 멀리서도 내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 나보다 엄마가 더 건강해야 할 텐데.


엄마의 자잘한 말 마디들이 내 마음에 차곡차곡 쌓였다. 얼마나 모였을까 돌아보니 어느새 나의 인생 전체를 메울 만큼, 한 움큼씩 잡힐 만큼 가득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