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다물어

by 호저미

진작 말하지 못한 질문이

먼 길을 돌아와 내려앉았다

느낌만으로 아는 것을

굳이 물으려 하지 않아

침묵은 굳건히 입을 다문다


먼저 대답해 주기를 기다리며

그 기다림으로 사랑했다

이미 여물어진 말이라 여겨

무던히 흘러 보내던 어느 날

더한 침묵으로 마음을 다문다




꽝꽝 얼어버린 침묵을 자물쇠를 한 번 더 잠근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작은 불씨를 덮어두고 침묵으로 넘겨버리곤 했다. 흘려보내면 언젠가 내 안의 질문이 사라질 거라 여겼었나 보다. 풀리지 않은 질문은 먼 길을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기다림으로 사랑한다는 건 참 수동적이고 바보 같다. 대답을 기다리고 입장을 짐작하고 또다시 기다리고.


기다림에 익숙해졌다.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렸다고 착각했고 일부는 무뎌졌다. 침묵으로 기다리며 사랑했던 날에도 끝이 왔다. 마지막 마음까지 싹싹 긁어 모두 전해야지. 긴 시간 외로웠으나 많이 아끼고 사랑했다고 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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