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의 역사에 대한 그림책
브런치 글 쓸때 제목을 너무 짧게 지어야한다는거에 스트레스 받아요. 작가 fullname도 다 못 쓸 정도라는게.... ㅠㅠ; 제가 원래 정한 이 포스팅의 제목은 아래와 같아요.
파란색의 역사에 대한 그림책 "Blue: A History of the Color as Deep as the Sea and as Wide as the Sky" by Nana Ekua Brew-Hammond
이태리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의 가이드 투어를 참석할 때 들은 얘기입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성화로 성경의 이야기를 설명하려면 같은 색이나 모양을 반복해서 인물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성인에게는 머리 위 후광을 그린다거나 열쇠를 손에 쥔 인물은 베드로를 의미하는 것이 예입니다. 같은 목적으로 성모 마리아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마리아의 옷을 파란색으로 칠했다고 합니다.
왜 하필 파란색이었을까요? 당시엔 파란색 안료가 제일 비쌌다고 해요. 그래서 비싼 파란색은 성모 마리아의 옷에만 쓸 수 있었다고 합니다. 파란색이 원래 이뻐서가 아니라 파란색이 비싼 색이라 이뻐 보인다는 인간의 심리가 성화에도 드러났다는 것이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림책을 추천하는 여러 이유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이기도 하고 때로는 나의 상황과 연결이 될 수 있기에 이야기할 꺼리가 많아서이기도 해요. 하지만 때론 재미있는 캐릭터가 있지도 않고 나와 연결고리가 있지 않아도 그냥 그 책 자체가 좋아서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들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에요.
작가는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파란색을 자연에서 추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호기심에서부터 이 책을 소개합니다. 사파이어를 가루로 만들어 파란색을 만들기도 하고 달팽이에서 추출한 파란색으로 염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파이어나 달팽이 모두 적은 양의 염료가 나오기에 당연히 파란색은 귀한 색으로 여겨졌습니다. 심지어 화폐처럼 통용되기도 했습니다.
인디고라고 불리는 식물에서 파란색을 추출하게 되는 것은 파란색을 대량 생산하는데 혁신적인 방법이었지만 아프리카 흑인들에 대한 노예제도가 시작된 슬픈 역사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We feel blue." (우울해)라는 뜻이 인디고를 농사짓는 흑인들의 고생이 녹아있는 표현이라면 블루스도 흑인들의 고단한 노동을 위로하는 음악의 장르에서 시작했습니다.
1905년이 되어서야 Adolf von Baeyer란 과학자에 의해 파란색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그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을 만큼 사회적인 영향을 끼친 발명이었습니다.
역사, 미술, 과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파란색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작가인 Nana Ekua Brew-Hammond는 솔로몬의 성전의 커튼이 파란색이었다는 성경의 구절을 읽다 왜 파란색이 중요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부터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사소한 궁금증이 이렇게 멋진 그림책으로 탄생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귀찮을 정도로 묻는 시시콜콜한 질문들을 무심히 지나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