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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제가 하는 많은 도서관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 아기들 스토리 타임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저에겐 아동 사서가 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던 프로그램인데 그 약점을 보충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더니 도리어 저희 도서관 인기 프로그램이 되었어요. 매주 하고 있는 스토리 타임을 이번 5월엔 좀 특별하게 야외에서 하는 기획을 했어요. 저희 도서관 근처에 공원이 있어요. 아이들 연령에 맞는 다양한 놀이 기구가 있고 그 옆에는 스토리 타임을 하기에 적당한 넓은 풀밭이 있습니다. 타운에서 관리하는 공원이라서 행사를 하기 전에 Recreation Department에 연락해서 사용 허락을 맡았어요.



제가 Outdoor Storytime Jink가 있답니다. ^^; 무슨 말이냐면 야외에서 스토리 타임을 하겠다고 계획을 잡으면 꼭 그날 비가 와요. ㅠㅠ; 올해는 첫 야외 스토리 타임부터 날이 흐려지더니 결국 11시가 다 되어서는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오시지 않았지만 혹시 한 명이라도 오시면 캔슬되었다는 얘기를 해 주어야 해서 저는 그 장소에 머물고 있었어요. 그때 한 엄마가 차에서 내려 인사를 했습니다. (소망이라고 할게요.)



소망이는 기형아로 태어났어요. 일 년 전 저의 스토리 타임에 처음 참석할 때만 해도 혀가 입 밖으로 나와서 입술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한 살인데 아직 옹알이는 전혀 못하는 아이였어요. 스토리 타임에 참석을 하지만 별 반응을 보이진 않았어요. 그런데 최근 몇 달간 드라마틱한 성장이 있었어요. 노래가 끝나고 책을 읽을 시간이 되면 알아서 자리에 앉고 shaker 흔들다가 노래가 끝나면 스스로 basket에 넣을 줄도 알게 되었어요. 눈의 초점도 잡혀서 이제는 책을 같이 읽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었고요. 이제는 혀가 입안으로 다 들어가서 입을 다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소망이의 발달이 궁금해서 엄마랑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했는데 제 스토리 타임이 너무 인기라 프로그램이 끝나면 거의 돗대기 시장이거든요. 도저히 기회가 나질 않았어요. 그런데 비가 와서 소망이 엄마랑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거예요. 거기다 소망이는 항상 간호사 분과같이 오거든요. 그러니 간호사분이 소망이를 봐 줄 수 있어서 더더욱 엄마랑 단둘이 얘기가 가능했던 거였어요. 제가 요즘 소망이가 많이 변했다고 얘기하자 엄마의 첫 대답이 "Because of you"였어요. 아직은 Daycare를 다니고 있지 않기에 전담하는 간호사 이외에는 제가 소망이의 유일한 선생님이라는 거예요. 비록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꾸준히 와서 노래 부르고 책 읽는 시간이 소망이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어요. 병원과 연계된 Early Development Center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주된 이유겠지만 그래도 저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해주시니 제가 도리어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그리고 드디어 지난주는 야외활동을 하기에 완벽한 날씨였어요. 아이들과 스토리 타임을 하고 나서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을 가졌어요. 요즘 아이들이 놀이터에 오면 어른이랑 놀아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스토리 타임 끝나고 친구들과 같이 놀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다들 너무 좋아했어요. 한 동네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아이들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제가 해야 할 일인 것이죠.



거기다 오후 Preschool Time엔 특별한 행사가 있었어요. 저희 타운의 경찰관 두 분이 오셔서 책도 읽어주시고 경찰이 하는 일에 대해 설명도 해 주시고 경찰차도 가지고 오셔서 직접 아이들이 타고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해주신 거예요.





공원 바로 옆 길에 경찰차를 세워놓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데 UPS (택배) 트럭이 가까이 왔어요. 저와 경찰관이 길에 있는 아이들을 인도로 보내려고 하는데 트럭이 지나가지 않고 그전에 멈췄어요. 그러고는 택배 운전사께서 택배 상자를 손에 들고 반 블럭을 걸어서 경찰차가 주차된 건너편 집의 택배를 배달하셨어요. 저와 경찰관은 그분께 눈 맞춤과 엄지 척으로 감사함을 표시했어요. 그때 저는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란 말을 떠올렸습니다. 효율성의 극치를 추구하는 현실에서 계산기를 두드려 이익이 남지 않는 일을 기꺼이 해 주시는 분들이 함께 힘을 내어 아직은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아이들이 스스로 하나의 인격으로 자랄 때까지 같이 키워내고 있습니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다가도 이런 소소한 기쁨들이 모여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안도할 수 있어 정말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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