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시간 이라는 책을 읽었다.
나는 감추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숨고싶지도 않다. 하지만 숨을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생기는 건 사실이다. 나의 도토리시간은 사람이다. 25년 가장 친한 친구는 나의 도토리시간 이었다. 난 그 친구에게 비밀이 없고, 무엇이든 서로 나누었다. 그 친구가 잘되길 바라며 아프지 않길 항상 바랬다. 한편으로 나에게 도토리 시간을 제공해 준 그 친구가 나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었던건 아닌지 세심하게 살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와 너무나 다른 성향의 그 친구는 나와는 전혀 다른 도토리시간을 가지고 있겠지.
지금 나에게 도토리시간은 남편이다. 나의 도토리 시간이 옮겨가며 그 친구와 비밀이 생기고 예전과 다름을 느낀다. 어쩔수 없는 사람의 관계일까? 나는 오랜 친구와 너무도 닮아 있는 내편, 언제든 나의 도토리 시간을 자처하고 그럴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남편이 있어 숨고싶지 않다고 쉽게 말하는지도 모른다. 나의 소중한 내편의 편안한 도토리시간을 위해 난 끊임없이 묻고 대화한다. 나의 방식이 그에게 맞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고 나의 가장 큰 장점인 솔직하게 모든것을 털어놓는 권법으로 그와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혹시라도 그가 나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지않도록•••.
그러나 내가 아니면 다른사람이다. 남편과 나의 아이, 또는 친구든 도토리시간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하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말 힘든날이 있다. 아이들 때문일때도 있고 사랑하는 남편 일 때도 있다. 내가 나 자신조차 버거울 때, 그럴때 나에게 도토리시간은 무엇일까? 감추는걸 좋아하지 않아, 숨고싶지 않아, 라는 걸로 해결될까? 자만이었다. 나는 그런거 필요없다는 듯 행동해왔던건 아닐까?
뭐든지 열심히라려고 한다. 뭐든 제자리에 있어야하고, 그날 해야하는건 모두 마쳐야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사는거 같다. 아무것도 하지않거나, 자는시간조차 아깝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내맘처럼 되지 않을때가 많고 사소한 일인데도 한가지 사건이 머리속을 떠나지않는다. 아이들을 씻기고 저녁을 차리고 먹으면서도 생각의 끈이 놓아지지 않는다. 진정한 나만의 도토리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오늘 페이퍼 플라워 강좌를 재미있게 듣고 왔다. 2시간동안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꽃을 만들었다. 멈추지 않았던 생각의 동굴속에서 빠져나온 기분이다. 빠져나오려고 한게 아니라 빠져나와졌다.
오늘 나는 가식적이지 않은 첫번째 나만의 도토리 시간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