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당신의 쉼표

by 슈펭 Super Peng

숨고르기


쉼 없이 달리던 문장의 끝에서

너는 작은 의자가 되어주었다

잠시, 숨을 고른다.

쉼표를잃어버린문장처럼

나는너를잃고숨가쁘게살아간다

띄어쓰기조차잊어버린채 그저 달려갈 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문장이 여기서 끝날까 두려웠지만

너는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었다

"괜찮아,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어"

아, 살아갈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아버지의 쉼

한때 세상을 다 짊어진 듯 넓고

단단하던 아버지의 어깨에

어느새 저녁노을이 내려앉습니다.

폭풍처럼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은 가고

이제야 숨을 고르며 천천히 어머니와

걷는 법을 익히고 계십니다.

그 느려진 걸음이야말로 아버지가

평생에 걸쳐 터득한 가장 깊고

너그러운 쉼입니다




원치 않는 쉼

세상이 나만 빼고 돌고 있다.

나는 거대한 경기장 밖에서

유니폼만 입은 채 서성일 뿐,

아무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이것이 강제로 주어진 나의 휴일.

달력은 의미를 잃은 지 오래고 스마트폰의

새로고침 버튼만 닳아간다.

천장의 무늬를 다 외워버린 오후,

텅 빈 하루를 삼키는 일이 유일한 직무가 되었다.

시간은 링거액처럼 느리게 떨어지고

이 질식할 듯한 고요가 쉼이라면

차라리 쉬지 않고 너덜너덜해지고 싶다.

누가 그랬던가, 쉼은 다음을 위한 충전이라고.

닳아 없어질 배터리도 남지 않은

내게 이 시간은 그저, 멈춰짐이다.



병원에서의 쉼

소독약 냄새가 시간을 지배하고

기계의 규칙적인 파열음이

희미한 숨소리를 삼키는 곳

낮과 밤은 창밖의 색으로만 구분될 뿐

이곳의 낮은 언제나 창백한 형광등 빛이다

천장의 익숙한 얼룩은 밤하늘의 별이 되고

링거 스탠드는 앙상한 소원의 나무가 된다

나의 이름은 침대 끝 낯선 이름표가 대신하고

나의 하루는 정해진 시간에 배달되는 식판이 증명한

웃음과 울음마저 소리 없이 번져가는,

여기는 모든 감정이 하얗게 바래는 곳

수많은 아픔과 기도가 스며든 벽지 아래

나는 잠시 머무는 희미한 그림자일 뿐

이 방은 또 다른 누군가의 세계가 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제 숨을 죽이고 있다.

이전 04화제3장. 각기 다른 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