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달리던 문장의 끝에서
너는 작은 의자가 되어주었다
잠시, 숨을 고른다.
쉼표를잃어버린문장처럼
나는너를잃고숨가쁘게살아간다
띄어쓰기조차잊어버린채 그저 달려갈 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문장이 여기서 끝날까 두려웠지만
너는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었다
"괜찮아,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어"
아, 살아갈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한때 세상을 다 짊어진 듯 넓고
단단하던 아버지의 어깨에
어느새 저녁노을이 내려앉습니다.
폭풍처럼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은 가고
이제야 숨을 고르며 천천히 어머니와
걷는 법을 익히고 계십니다.
그 느려진 걸음이야말로 아버지가
평생에 걸쳐 터득한 가장 깊고
너그러운 쉼입니다
세상이 나만 빼고 돌고 있다.
나는 거대한 경기장 밖에서
유니폼만 입은 채 서성일 뿐,
아무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이것이 강제로 주어진 나의 휴일.
달력은 의미를 잃은 지 오래고 스마트폰의
새로고침 버튼만 닳아간다.
천장의 무늬를 다 외워버린 오후,
텅 빈 하루를 삼키는 일이 유일한 직무가 되었다.
시간은 링거액처럼 느리게 떨어지고
이 질식할 듯한 고요가 쉼이라면
차라리 쉬지 않고 너덜너덜해지고 싶다.
누가 그랬던가, 쉼은 다음을 위한 충전이라고.
닳아 없어질 배터리도 남지 않은
내게 이 시간은 그저, 멈춰짐이다.
소독약 냄새가 시간을 지배하고
기계의 규칙적인 파열음이
희미한 숨소리를 삼키는 곳
낮과 밤은 창밖의 색으로만 구분될 뿐
이곳의 낮은 언제나 창백한 형광등 빛이다
천장의 익숙한 얼룩은 밤하늘의 별이 되고
링거 스탠드는 앙상한 소원의 나무가 된다
나의 이름은 침대 끝 낯선 이름표가 대신하고
나의 하루는 정해진 시간에 배달되는 식판이 증명한다
웃음과 울음마저 소리 없이 번져가는,
여기는 모든 감정이 하얗게 바래는 곳
수많은 아픔과 기도가 스며든 벽지 아래
나는 잠시 머무는 희미한 그림자일 뿐
이 방은 또 다른 누군가의 세계가 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제 숨을 죽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