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오후는 유리벽에 덧발린 끈적한 물감처럼.
시간이 더디게 응고한다.
굳어가는 빛의 질감이 손등을 무디게 더듬는다.
나는 이 방의 가장 희미한 구석에 기댄 채, 벽과 나 사이에 끼어 있는 침묵의 무게를 견딘다.
문득, 네가 있던 자리가 예리한 푸른 파편이 되어 심장을 순식간에 긋고 지나간다.
찰나. 너무 짧아 붙잡을 수 없는 빛의 섬광.
그러나 온몸이 그 빛에 순식간에 데인 듯이 뜨거워진다. 이 상사(相思)의 통증은 언어가 닿지 않는 몸의 가장 깊은 곳, 그 막다른 길에서 벌어진다.
나는 이 긴 하루가 완전히 저물기 전까지, 그 푸른 찰나가 남긴 미세한 흉터의 표면만을 응시한다. 그것이 나를 무엇으로 빚었는지 침묵으로 질문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