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조류 속에 육신이 완전히 잠긴다. 근원을 알 수 없는 파문(波紋)은 쉴 새 없이 밀려들다 형체 없이 스러지기를 반복하고, 모든 것은 거대하고 광활하여 영혼조차 발 디딜 수 없는 심연만이 아득하다. 청각과 시각, 삶의 모든 기록들마저 어둠이라는 거대한 포옹에 젖어들어 한 줌의 재처럼 흩날린다. 남은 것은 오직, 존재했다는 기억의 얇은 껍데기뿐. 허나 그 무거운 침묵 아래에서, 지극히 작은 불씨 하나가 홀로 꺼지지 않는 빛을 토해내며 고고하게 버티고 있다.